내시 환(宀-6)벼슬 관(宀-5)의 지(丿-3)재상 상(目-4)일 업(木-9)

‘明夷待訪錄(명이대방록)’은 明末淸初(명말청초)의 지식인이자 사상가인 黃宗羲(황종희, 1610∼1695)의 저술이다. 황종희는 명나라가 멸망으로 치닫는 과정을 비통한 심정으로 목도하고 만주족의 정권이 중원을 차지한 뒤에도 의병 활동을 계속하다가 끝내 산속으로 피신해서 학문에 전념한 인물이다. 그는 ‘명이대방록’에서 명나라 멸망의 원인을 분석하고 당시 정치의 문제점들을 해명하면서 국가 통치의 원리와 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밝혔다. 군주와 신하의 존재 이유를 밝히고 법과 교육, 토지, 군사 등의 제도들과 금융 정책을 두루 논했으며, 무엇보다도 환관의 폐해에 대해 자세하게 거론하고 재상 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환관에 대해 논한 ‘奄宦(엄환, 환관)’편은 “환관으로 말미암은 재앙은 漢(한)·唐(당)·宋(송)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일어났으나, 명나라 때처럼 심했던 적은 없었다”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이로써 보면, 황종희는 환관의 전횡을 명나라 멸망의 한 원인으로 보았음이 분명하다. 환관은 14-1(258회)에서 말한 “남이 재주가 있으면 강샘하며 미워하고, 남이 훌륭하고 거룩하면 거스르면서 통하지 않게 하며 참으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표적인 자다. 그런데 황종희는 이런 환관의 폐해가 재상제도와 관련이 있다고도 했다.

‘명이대방록’의 ‘置相(치상)’에서 말했다. “有明之閣下, 賢者貸其殘膏賸馥, 不賢者假其喜笑怒罵, 道路傳之, 國史書之, 則以爲宦官之相業也. 故使宮奴有宰相之實者, 則罷丞相之過也.”(유명지각하, 현자대기잔고승복, 불현자가기희소노매, 도로전지, 국사서지, 즉이위환관지상업야. 고사궁노유재상지실자, 칙파승상지과야)

“명나라 조정에 있는 고위 관리들 가운데 똑똑하다는 놈들은 저 환관들이 남긴 이익이나 챙기려 들고, 똑똑하지 못한 놈들은 환관들이 기뻐하고 웃고 성내고 욕하는 데 따라 비위나 맞추는데, 길거리마다 이를 전하고 국사에도 기록하면서 이를 환관들이 재상 노릇한 것이라 했다. 이처럼 궁궐의 노비인 환관이 재상의 실권을 쥐도록 한 것은 재상제도를 폐지한 잘못 때문이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