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교 교(肉-11)기둥 주(木-5)북 고(鼓-0)큰거문고 슬(玉-9)

만약에 아교풀로 비파나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붙여 놓고 연주한다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기러기발은 단단한 나무로 기러기의 발 모양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줄의 밑에 괴고, 이것을 위아래로 움직여 줄의 소리를 고르는 것이다. 이것을 편하다고 발을 아교로 고정시켜 놓고(膠柱) 거문고를 연주하면(鼓瑟) 음조를 바꿀 수 없다. 여기에서 고지식하여 조금도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됐다.

고사성어의 보고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廉頗藺相如(염파인상여, 藺은 골풀 린) 열전에서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의 일이다. 趙(조)나라에 趙奢(조사)라는 명장이 있었는데 그의 아들 趙括(조괄)에게 병법을 가르쳐 제법 통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사가 걸린 전쟁에서 이론만으로 성패가 갈리지 않는 것을 조사는 잘 알았다. 그가 임종할 때 부인에게 아들이 장수가 되면 화가 닥칠 수 있으므로 시키지 않도록 유언했다.

어느 해 秦(진)나라가 침공하면서 이것을 알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염파 장군은 늙어 전쟁에 못 나올 것이고 다만 조괄이 장군이 되면 두렵다고 했다. 여기에 넘어간 조나라 왕이 조괄을 장수로 임명하자 그 어머니가 취소해 달라고 사정했다. 현명한 인상여도 '거문고에 아교를 붙여 타는 격(若膠柱而鼓瑟耳/ 약교주이고슬이)'이라며 반대했지만, 묵살당했다. 어떻게 됐을까. 모두가 예상한 대로 조나라 대군은 참패하고 조괄도 전사하고 말았다.

老子(노자)의 제자인 文子(문자)가 쓴 '문자'에도 '어느 한 시기의 낡은 규정을 기준으로 후대의 생활방식을 비판한다면 거문고에 아교를 붙여 연주하는 격(執一世之法籍 以非傳代之俗 譬猶膠柱調瑟/ 집일세지법적 이비전대지속 비유교주조슬)'이라며 노자의 말이라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鼓(고)가 調(조)로 바뀐 膠柱調瑟(교주조슬)이다.

남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 고집불통의 사람은 흔히 본다. 그들은 자기의 하는 방법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정가의 여야 협상이나 기업의 노사 다툼에서 익히 보았다. 하지만 최순실 정국에서 나타난 이상의 답답함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버텼고 여당의 친박계는 탄핵보다 내년 퇴진을 끝까지 고집했다. 당 대표는 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해도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킨다. 꽉 막힌 이런 사고보다 상대방의 대안도 생각할 줄 알아야 잘 풀린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