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할 원(心-5)하늘 천(大-1)더욱 우(尢-1)사람 인(人-0)

사람이 모든 면에서 완전할 수 없는 만큼 저마다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잘 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속담이 알려졌듯 잘못은 남이 저지른 것으로 돌린다. 눈앞에 있는 속눈썹은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目不見睫(목불견첩)이라 했다. '너는 어찌 형제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성서에서 깨우쳐도 귓전으로 흘려듣기 때문이다. 하늘을 원망하고(怨天) 다른 사람을 탓한다(尤人)는 이 성어 또한 큰 낭패에 대해 자기 잘못은 모른다는 뜻이다. 더욱 尤(우)에는 허물, 탓한다는 의미도 있다.

'論語(논어)' 憲問(헌문) 편에 등장한다. 성인 孔子(공자)가 남 탓을 한 것이 아니고, 하지 않았다는 반대의 뜻으로 사용했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공자가 탄식할 때 제자 子貢(자공)이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는지 여쭈었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일상적인 일을 배워 심오한 이치에까지 도달했으니, 나를 아는 이는 아마 저 하늘이 아닐까(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 불원천 불우인 하학이상달 지아자 기천호)!'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 것은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며 뜻을 펼치려 할 때 어떤 나라도 등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심지어 楚(초)나라에 초빙됐을 때 陳(진)과 蔡(채)나라 대부들이 비위가 노출될까 두려워 국경을 막아 제자와 함께 굶주렸던 陳蔡之厄(진채지액)을 당할 때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천하를 주유한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고 천하를 위한 것이었으니 그 마음을 하늘은 알았어도 사람들이 미처 몰랐을 뿐이라 했다. 戰國時代(전국시대) 말기 荀卿(순경)도 '자기를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운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自知者不怨人 知命者不怨天/ 자지자불원인 지명자불원천)'고 했다. '荀子(순자)' 榮辱(영욕)편에 있다.

일상에서도 남의 탓이 일상사이지만 정치권에선 특히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잘못을 인정하면 끝인 줄 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더민주당의 2중대', '청와대의 2중대'라고 공세를 퍼붓고, 송민순 전 외교장관 회고록에서 불거진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 대한 진실공방은 거의 사생결단이다. 한 전직 야당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선 축사에 나선 인사들이 막말의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잘못은 티끌만큼도 인정 않으니 문제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