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기자 기(木-3) 사람 인(人-0) 근심 우(心-11)하늘 천(大-1)

근심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근심은 인생에 있어서의 적이고,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일이니 오늘 염려하지 말라고 가르쳐도 쉽게 될 일이 아니다. '사는 해는 백년을 채우지 못하면서/ 항상 천년의 근심을 품는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愛/ 생년불만백 상회천세애)'는 고시처럼 큰일을 생각하면 근심이 따를 것이지만 보통 사람이야 자기 앞날 걱정하기 바쁘다. '근원 벨 칼이 없고 근심 없앨 약이 없다'고 항상 근심걱정이 따르지만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것이 기나라 사람(杞人)이 하늘 무너질까 걱정한다(憂天)는 이 성어다. 줄여 杞憂(기우)라고 많이 쓴다.

구기자 杞(기)는 고대부터 존재했던 소국으로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에 멸망했던 나라이름이기도 하다. 夏(하) 왕실의 후예로 管鮑之交(관포지교)의 鮑叔牙(포숙아)를 배출하기도 했지만 유명하기는 이름 없는 杞人(기인)이다. 중국 전국시대 道家(도가)의 전설적인 사상가 列禦寇(열어구)가 서술했다는 '列子(열자)'의 내용을 보자. 기나라에 늘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의 걱정거리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가라앉으면 세상이 멸망하고, 자신도 몸 붙일 데 없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하는 근심이었다. 그래서 매일 걱정하면서 잠을 못 자고 밥을 먹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杞國有人 憂天地崩墜 身亡所寄 廢寢食者/ 기국유인 우천지붕추 신망소기 폐침식자). 이 사람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어 하늘은 공기가 쌓여 이뤄진 것으로 무너질 수 없다고 일러 주었다. 그래도 기나라 사람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해나 달과 별들이 떨어질 수도 있고, 또 땅이라도 꺼지면 어떻게 하나?'면서 걱정을 놓지 않았다. 해와 달, 별들 역시 기체가 모여서 된 것이고, 땅은 흙덩이가 꽉 차 있어 흙이 없는 곳이 없다고 일러주자 근심을 풀었다. 天瑞(천서)편에 실려 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일까지는 아니라도 부산에서 수시로 땅이 꺼지는 사태가 발생해 근심을 안겼다. 바로 폐광 갱도나 상수도관 파열 등으로 인한 싱크홀 출현이다. 지난 8월 말 동래구 사직여고 인근 도로에서 생긴 것을 비롯해 올해만 5개가 발견됐다고 한다. 경부선 KTX 터널 지나가는 곳이라도 연관은 없고 대부분 낡은 상하수도관 누수나 파손 때문이라 하니 철저한 조사로 땅이 꺼지는 걱정만은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