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죽(竹-0)말 마(馬-0)연고 고(攵-5)벗 우(又-2)

'우정은 기쁨을 배가하고 비애를 나눈다.' 서양격언이다. 동양에서도 물론 혈연이 아닌 사람과 맺는, 혈연과 같은 관계인 우정을 매우 중시했다. 어버이를 잘 섬기는 효와 어금버금하다. 이처럼 높은 가치를 두었던 우정에 관한 성어는 부지기수일 정도로 많다. 이 난에서는 管鮑之交(관포지교, <460>회)를 소개했는데 이외에도 膠漆之交(교칠지교), 其利斷金(기리단금), 刎頸之交(문경지교), 伯牙絶絃(백아절현), 綈袍之義(제포지의)등등 숨 가쁘다. 이 많은 성어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대말(竹馬)을 타고 놀던 옛날 친구(故友)라는 뜻의 이 성어다.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까지는 못 버리더라도 자신의 희생과 양보가 있어야 우정이 빛난다. 하지만 죽마를 타고 놀던 옛 친구는 단지 옛날부터 알았던 사이일 뿐, 조그만 자존심으로 해치기까지 하는 것이 의외다. 유래한 '世說新語(세설신어)'의 이야기를 요약해보자. 어릴 때의 두 친구는 東晋(동진)때의 桓溫(환온)과 殷浩(은호)다. 환온은 일찍이 출세하여 세력을 떨치던 중 蜀(촉)을 평정한 뒤로는 완전 실권을 장악했다. 은호는 벼슬을 멀리 하고 학문에 심취했지만 현인으로 평판이 높았다. 당시 왕 簡文帝(간문제)는 조정을 좌우하던 환온을 견제하기 위해 초야에 은거하던 은호에게 간청하여 중책을 맡겼다. 환온의 견제로 죽마타고 놀던 두 친구는 반목하는 정적이 됐다. 은호가 호족을 물리치기 위해 출병했다가 낙마하여 참패를 당했다. 좋은 기회라 여긴 환온이 상소를 올려 은호는 변방으로 쫓겨났다. 환온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은호는 어려서 나와 함께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다. 내가 죽마를 버리면 언제나 은호가 가지고 갔다. 그러니 그가 내 밑에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少時 吾與浩共騎竹馬 我棄去 浩輒取之 故當出我下也/ 소시 오여호공기죽마 아기거 호첩취지 고당출아하야).' 輒은 문득 첩.

죽마까지는 아니라도 30년 넘게 우정을 자랑했던 최고로 출세한 두 친구가 수의를 입고 나란히 서 세간에 충격을 줬다. 진경준 검사장은 고교와 대학 때 절친했던 김정주 넥슨 창업주로부터 뇌물 받아 산 주식을 팔아 126억 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가 쇠고랑을 찼다. 은둔의 자수성가 기업가 김정주는 주식 외에도 해외여행 경비도 대준 혐의를 받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서 무엇을 더 바라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인맥, 학맥이 원망스러울 터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