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귀(鬼-0) 두려워할 파(心-5) 악할 악(心-8) 사람 인(人-0)

귀신은 全知全能(전지전능)하다. 귀신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神出鬼沒(신출귀몰)이나 鬼出電入(귀출전입)은 자유자재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귀신 鬼(귀)자가 붙는 말에는 이같이 사람이 넘볼 수 없는 재주를 말하는 것을 빼고는 좋은 의미를 지닌 것이 드물다. 몇 년 전 야당 의원이 언급하여 논란을 빚은 鬼胎(귀태)는 마음속에 숨겨둔 악의라는 뜻 외에 기형아를 뜻한다고 한다. 鬼頭鬼腦(귀두귀뇌)는 교활하고 음흉한 사람을 칭하고 鬼話連篇(귀화연편)은 거짓말만 연속으로 늘어놓는 것을 가리킨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것 같은데 귀신도 무서워하는(鬼怕) 것이 있어 의외다. 바로 나쁜 사람(惡人)이다. 이 악인은 귀신도 어쩔 수 없으니 귀신에 미루지 말고 철저하게 응징하라는 의미다. 이 성어는 蘇東坡(소동파)의 '艾子雜說(애자잡설, 艾는 쑥 애)'이란 글에서 유래한다. 동파는 중국 北宋(북송)때의 시인으로, 또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 들어가는 문장가로 추앙받는다. 가상의 인물 애자를 내세운 이야기의 내용을 보자.

애자가 길을 가다가 쉬어가려고 어느 사당에 들어갔다. 작은 사당이었지만 장식은 엄숙했다. 사당 앞에는 뛰어 건너기에는 조금 넓은 도랑이 흐르고 있었다. 한 사람이 이 개울을 건너려고 두리번거리다 사당에서 대왕의 조각상을 갖고 와서 건너편까지 눕히고선 밟고 넘어갔다. 뒤이어 다른 사람이 와서 보니 누워있는 대왕상이 처량하기 짝이 없어 일으켜 먼지를 닦고 다시 사당에 앉힌 뒤 재배를 올렸다. 새끼귀신이 왜 대왕상을 짓밟은 첫 번째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왕귀신은 '첫째 사람은 이미 귀신을 믿지 않는데 어찌 재앙을 내리겠는가(前人已不信矣 又安禍之/ 전인이불신의 우안화지)'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애자는 '정말 귀신도 나쁜 사람은 두려워하는구나(眞是鬼怕惡人也/진시귀파악인야)'하고 한탄했다.

북한이 설 연휴 직전에 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연초의 제4차 핵실험에 이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을 일삼고 있다. 국회도 연휴기간 이례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해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고 유엔 안보리도 강력한 제재 결의를 한다지만 북한엔 牛耳讀經(우이독경)이다. '귀신은 경으로 떼고 도깨비는 방망이로 뗀다'는 북의 속담이 있다는데 김정은은 귀신도 재앙 내리기를 포기했을 것이니 강제적인 힘으로 묶을 수는 없을까.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