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간(目-4) 죽일 살(殳-7) 지킬 위(行-9) 큰홀 개(玉-4)

앞서 沈魚落雁(침어낙안, 9월 18일 자)을 말할 때 중국의 4대 미인은 西施(서시), 王昭君(왕소군), 貂蟬(초선, 貂는 담비 초), 楊貴妃(양귀비)를 가리킨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미녀는 여러 곳에 언급되어 유명한데 잘 생긴 남자를 가리키는 말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만큼 여자는 아름다움이 절대적인 것을 차지하지만 남자에게는 총명과 용맹을 함께 요구한 것에서 아름다움은 뒷전으로 밀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유명하지는 않아도 미남자를 나타내는 성어는 제법 전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로 여자들이 보는 것에 시달려 죽음까지 이른(看殺) 비극의 주인공 위개(衛玠)가 그중 한 사람이다. 晉(진)나라 학자 집안 출신인 위개는 마치 보석이 주위를 감싸고 빛나는 것과 같다고 璧人(벽인, 璧은 구슬 벽)이란 평을 들은 절세미남이었다. 언젠가 외출했을 때 수많은 여자가 잘 생긴 얼굴을 보려고 몰려들어 겹겹이 담처럼 에워싸는 통에 위개가 놀라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간신히 부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人久聞其名 觀者如堵牆 玠先有羸疾 體不堪勞 遂成病而死/ 인구문기명 관자여도장 개선유리질 체불감로 수성병이사). 堵는 담 도, 牆은 담 장, 羸는 야윌 리. '世說新語(세설신어)' 容止(용지)편에 나온다.

중국의 4대 미남을 굳이 꼽으라면 제일 앞에 자리하는 진나라 潘安(반안)도 부녀자 탓에 외출이 어려웠다. 얼마나 훤칠하게 잘 생겼던지 집밖으로 나갈 때면 여자들이 자신에게 얼굴을 돌리게 하려고 과일을 던지는 바람에 수레에 온갖 열매로 가득 찼다. 擲果盈車(척과영거, 擲은 던질 척, 盈은 찰 영), 擲果滿車(척과만거)라는 말이 나온 연유다. 다른 두 사람은 美如宋玉(미여송옥)이란 비유를 남긴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의 궁정시인 宋玉(송옥)과 北齊戰神(북제전신)이란 별호가 붙은 가면 속의 미남자 蘭陵王(난릉왕)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공주를 녹인 호동이나 온달, 백제 무왕이 뛰어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과일을 던질만한 인물로 스크린에서의 신성일이나 장동건을 따라잡을 외모는 드물 것이다. 막바지에 이른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정우성 이정재 김래원 유아인 김남길 등 호남, 미남들이 여심을 많이 흔들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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