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붕(鳥-8) 한도 정(禾-7) 일만 만(十十-9) 마을 리(里-0)

중국 고대 사상가 莊子(장자)는 예나 도덕에 구속되지 않는 무위자연을 주장했다. 諸子百家(제자백가) 중에서도 道家(도가)를 대표한다. 천지만물의 근본원리를 道(도)라 하고 개별적인 사물들의 본성을 德(덕)이라 하며 은유와 과장으로 이에 대해 설명한다. 앞서 나왔던 구슬 탄환으로 참새를 쏜다는 隨株彈雀(수주탄작, 6월 8일 자)이나 버마재비가 매미를 노린다는 螳螂捕蟬(당랑포선, 8월 18일 자) 등으로 말하는 식이다. 여기 등장하는 鵬(붕)새도 하루에 구만 리를 날아간다는 매우 큰 상상의 새이니 과장의 규모를 알겠다. 붕새가 만 리길에 오른다는 것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아주 먼 길을 뜻하기도 하고, 앞길이 구만리 같은 양양한 장래를 말하거나 원대한 계획, 사업 등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 됐다.

'장자'의 逍遙遊(소요유)편에 나오는 붕새의 크기를 보자.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 바다에 鯤(곤, 鯤은 곤어 곤)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아무도 그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른다. 그 고기가 일단 새로 변하면 붕이 된다. 붕의 등덜미는 또한, 그 길이가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고 치고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붕새가 남쪽 바다를 건널 때 날갯짓 한 번 하면 삼천리에 달하는 격랑이 일어나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서 여섯 달 동안 날고 나서야 하루 쉬었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붕지사어남명야 수격삼천리 박부요이상자구만리 거이유월식자야). 搏은 두드릴 박, 扶는 도울 부, 搖는 흔들 요. 荒唐無稽(황당무계)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큰 존재라는 뜻으로 붕을 자주 쓰게 됐다. 鵬圖(붕도/ 원대한 계획), 鵬飛(붕비/ 거대한 날개짓), 鵬翼(붕익/ 거대한 날개) 등이다.

국제신문이 1일 자로 창간 68돌을 맞았다. 1947년 産業新聞(산업신문)으로 고고의 성을 올린 뒤 공정한 보도로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한다는 사시대로 正論直筆(정론직필)을 펼쳐 한수 이남에서 최고를 자랑했다. 독재에 항거하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폐간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988년 다시 일어서 자랑할 만한 오늘에 이르렀다. 변화가 심한 신문 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국제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 붕새가 구만리를 나는 영광을 되살리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