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금(金-8) 옷 의(衣-0) 돌아올 환(辶-13) 시골 향(阝-10)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 고시에 '북에서 온 말은 북풍에도 귀 기울이고, 남에서 온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튼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 /호마의북풍 월조소남지)'란 것이 있다. 미물이라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같다는 말이다. 어릴 때 객지로 떠난 사람은 어머니 품속처럼 고향을 그린다. 출세라도 했다면 고향의 친구들이나 어른들께 으스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니 천하를 손에 쥐고도 비단 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 項羽(항우)의 마음이 이해되기는 한다.

秦始皇(진시황)이 죽은 후 간신 趙高(조고)의 국정 농단으로 어지러울 때였다. 항우의 숙부 項梁(항량)이 내세운 楚懷王(초회왕)은 수도권 지역인 關中(관중) 땅을 먼저 정복하는 사람을 왕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군사력이 월등한 항우가 巨鹿(거록) 싸움에 열중할 때 劉邦(유방)이 먼저 관중을 차지하고 約法三章(약법삼장)을 발표하며 민심을 수습했다.

화가 뻗친 항우가 뒤늦게 물밀듯이 압박해오자 세 불리를 느낀 유방은 관중을 양보했다. 기고만장해진 항우는 유방과 정반대 행동을 취했다. 3세 황제 子嬰(자영)을 죽이고 阿房宮(아방궁)에 불을 질러 석 달 동안 타는 모습을 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를 본 范增(범증)이 말렸으나 듣지 않고 오히려 금은보화와 미녀를 거두어 고향 江東(강동)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자 韓生(한생)이 관중은 지세가 좋은 요충지이고 땅도 비옥하여 도읍으로 정하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다고 간했으나 항우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부귀를 이루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 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누가 알아주겠는가(富貴不歸故鄕 如衣錦夜行 誰知文者/ 부귀불귀고향 여의금야행 수지문자)?'며 고집 부렸다. 결국 垓下(해하)에서 패한 항우는 자결하고 유방이 천하를 쥐게 됐다. '史記(사기)'의 項羽本紀(항우본기)나 '漢書(한서)'의 項籍傳(항적전)에 전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버지의 나라'인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하여 지난 주말을 보냈다. 상원의원 시절에 찾은 적이 있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로는 처음이라 케냐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일시적인 방문이지만, 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어 가는 것이니 이야말로 출세의 상징인 비단 옷을 입고 고향 가는 길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