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통 곡(車-10) 칠 격(扌-13) 어깨 견(肉-4) 문지를 마(扌-11)
징검다리 연휴 기간이 길었다고 하지만 도로마다 차로 가득하고 거리엔 사람들로 넘친다. 사람과 차가 아주 많은 것을 뜻하는 성어로 약간 어려운 한자가 있다. 수레의 왕래가 잦아 바퀴통이 서로 부딪치고(轂擊) 사람들의 어깨가 서로 스치는(肩摩) 정도이니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이 말은 戰國時代(전국시대·기원전 403년~221년) 중엽의 종횡가 蘇秦(소진)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종횡가는 책략을 써서 국제외교상에서 활약한 유세객을 말한다. 소진이 강국 秦(진) 나라에 대적하기 위해 합종설을 주창하며 주변 6국을 설득하던 중 자신 없어하는 齊(제)의 宣王(선왕)에게 말한다. 동쪽에 위치한 제 나라는 남쪽에 泰山(태산), 동쪽에 琅邪(낭야, 琅은 옥소리 랑, 邪는 간사할 사이지만 땅이름일 땐 야), 서쪽에 淸河(청하), 북쪽에 勃海(발해)에 싸여 천연요새로 이루어졌다. 거기다 수도 臨淄(임치, 淄는 강이름 치)는 부유하고 풍족하다. 백성은 피리를 불고 거문고와 축을 치며, 닭싸움과 개 경주를 즐기고 윷놀이와 공차기를 즐긴다. 거리는 수레바퀴가 서로 부딪치고 사람들의 어깨가 서로 스칠 만큼 복잡하다. 옷깃이 이어져 장막을 치고 소매가 이어져 천막을 치며 땀을 흘리면 비가 오는 것 같다(車轂擊 人肩摩 連衽成帷 擧袂成幕 揮汗成雨/ 거곡격 인견마 연임성유 거몌성막 휘한성우). 이런 나라가 진을 섬기려 하면 되겠는가? 이렇게 해서 합종에 가담시키는 데 성공했다. 衽은 옷깃 임, 袂는 소매 몌. '戰國策(전국책)'의 齊策(제책)에도 보이고 '史記(사기)' 소진열전에도 실려 있다.
轂擊肩摩는 제 나라 도읍 임치의 번화함을 묘사한 데서 나왔지만 수레는 없이 사람만 많이 붐비는 것으로 출전도 다른 比肩接踵(비견접종)이라는 말이 따로 있다.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比肩(비견)과 발꿈치가 계속 이어진다는 接踵(접종)을 따로 떼어 쓰기도 한다.
어린이날 등 나들이로 부풀었던 사람들은 도로의 줄 이은 차량들, 거리마다 넘쳤던 인파 틈에서 파김치가 됐더라도 이제는 해방되어 일상의 평온으로 돌아갔을 터이다.
轂擊肩摩(곡격견마)와 유사한 성어는 다음과 같다. 摩肩接踵(마견접종), 比肩繼踵(비견계종), 比肩隨踵(비견수종), 比肩接踵(비견접종), 人馬絡繹(인마낙역), 接踵而來(접종이래), 接踵而至(접종이지), 揮汗成雨(휘한성우)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