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둘 권(扌-8) 흙 토(土-0) 무거울 중(里-2) 올 래(人-6)
한 번 실패하였으나 힘을 회복하여 재기하라는 희망을 주는 성어로 자주 쓰인다. 땅을 자리를 말듯 말 수는 없고 흙먼지를 일으키는(捲土) 기세로 거듭 다시 온다(重來)는 뜻이다. 실패한 뒤 다시 힘을 길러 일어서거나 좌절하지 않고 새 각오로 노력하여 재기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줄여서 席捲(석권)이라고도 하고 卷土重來(권토중래)라고도 쓴다.
잘 알려진 이 성어는 項羽(항우)와 관련돼 있다. 楚覇王(초패왕) 항우는 스물네 살의 나이에 강동의 군사 8000명을 이끌고 일어나 연전연승했다. 劉邦(유방)과 천하를 다퉜던 楚漢(초한)전쟁은 5년이나 끌었지만 마지막 垓下(해하) 싸움에서 패하고 말았다. 韓信(한신)이 이끄는 수십만 대군에 포위되어 사방에서 초 나라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四面楚歌(사면초가) 속에서도 분전했지만 패주하여 나중엔 겨우 28명의 군사만 남았다.
烏江(오강) 가에 이르렀을 때 亭長(정장)이 배를 준비하며 江東(강동)으로 건너가 재기를 도모하도록 권했으나 항우는 젊은이를 잃은 패군지장이 부형을 대할 면목이 없다며 거절하고 마지막까지 싸우다 자결했다. '史記(사기)' 항우본기에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항우가 간지 천여 년이 지나 唐(당) 나라의 시인 杜牧(두목)이 오강을 유람하다가 객사에서 일세를 풍미한 초패왕을 회상했다. 杜甫(두보)를 大杜(대두)라 하면서 小杜(소두)로 불린 두목은 '烏江亭(오강정)'이란 시를 지었다. 단순하면서도 과격한 항우, 힘은 산을 뽑고 의기는 세상을 덮는(力拔山氣蓋世/ 역발산기개세) 천하장사 항우, 애인 虞美人(우미인)과 헤어질 때 보여 준 감상적이고 인간적인 항우.
그러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31세의 젊은 나이로 자결한 항우를 애석히 여기며 시를 읊었다. 제일 끝 부분에 이 말이 나온다. '江東子弟多才俊 捲土重來未可知(강동자재다재준 권토중래미가지/ 강동의 자제들 얼마나 재주가 있었던가 흙먼지를 날리며 돌아올 것을 몰랐구나)'.
이번 4·29 보선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당도 바꾸고 지역도 바꿔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또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 지역 전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고 보도됐다. 모두 옛 영화를 누리려 나서는데 捲土重來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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