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을 월(走-5) 벼슬 관(宀-5) 갈 지(丿-3) 재앙 화(示-9)
앞서 소개한 越俎代庖(월조대포, 3월 3일 자)가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간섭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면, 이 성어는 교훈을 넘어 살벌하기까지 하다. 곧 관리가 자신의 직무를 넘어(越官) 다른 사람의 일을 했다고 하여 처벌의 재앙까지 당한다(之禍)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부재중일 때 선의로 그 업무를 대신했더라도 다른 사람의 직무를 넘보는 것이라고 엄격하게 적용했다. 오늘날 말하는 越權(월권)이다.
韓非(한비)의 '韓非子(한비자)' 二柄(이병)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二柄은 두 개의 칼자루 즉, 신하를 다스리는 刑(형)과 德(덕), 상벌을 의미한다. 秦(진)의 시황제는 한비자에 나오는 孤憤(고분), 五蠹(오두) 등의 주장을 읽고 "이 사람과 교유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한다. 蠹는 좀 두.
옛날 韓(한) 나라의 昭侯(소후)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典冠(전관·군주의 관을 관리하는 벼슬아치)이 군주가 추워하는 것을 보고 옷을 덮어 주었다. 잠에서 깨어난 왕이 누가 옷을 덮었는지 물었다. 신하들은 전관이 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전관과 典衣(전의·임금의 옷을 담당하는 관리) 모두 불러오게 했다. 그리고는 전관에 상을 주기는커녕 전의와 함께 문책했다. 모두 의아해하자 이렇게 말했다. '전의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전관은 자신의 직분을 넘어서 越官(월관)했기 때문'이라고. 임금은 자신이 추위에 감기 드는 것보다 다른 일에 간섭하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비는 모든 신하가 자기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들이 말한 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신하들이 朋黨(붕당)을 지어 서로 편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란 가르침을 덧붙인다.
'김영란법'이 내년 10월 시행됨에 따라 수사 주체를 두고 검찰, 경찰, 권익위 등끼리 힘겨루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강화 글램핑 화재가 났을 때, 출범한 지 넉 달이 넘은 국민안전처는 소관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라고 떠넘겼다. 권한을 휘두르는 일은 가져오려 하고 귀찮은 일은 나 몰라라인 셈이다. 엄격한 업무분장을 하여 越官之禍가 없도록 해야 하겠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