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박줄 경(糸-7)짧을 단(矢-7)물길을 급(氵-4)깊을 심(氵-8)
두레박줄이 짧아서는(綆短) 깊은 곳의 우물물을 길으려 해봐야(汲深) 당연히 팔만 아프다. 어떤 일을 이루려고 하면 당연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재간이 없는 사람은 심오한 이론을 터득할 수 없고 능력이 모자라 일을 감당하지 못한다. 마땅히 처리할 재주가 있으면서 뒷전에 빠져서도 안 될 일이지만 '난쟁이 교자꾼 참여하듯'이란 말처럼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에 주제넘게 나서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莊子(장자)'의 至樂(지락)편에 실린 내용은 이렇다. 春秋時代(춘추시대·기원전 770~403년) 孔子(공자)의 수제자인 顔回(안회)가 동쪽의 齊(제) 나라 임금과 정치에 대해 토론하려고 떠난 적이 있다.
제자를 떠나보내면서 공자가 근심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子貢(자공)이 무슨 연유인지 여쭈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옛날 管仲(관중)의 말씀 중에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넣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褚小者不可以懷大 綆短者不可以汲深/ 저소자불가이회대 경단자불가이급심)는 것이 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제 나라 임금에게 성왕의 도를 말해봐야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고 나아가 의심까지 하게 된다면 안회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褚는 솜옷, 주머니 저.
'管子(관자)'에는 실제 '綆短 不可以汲深井 知鮮 不可以與聖人之言(경단 불가이급심정 지선 불가이여성인지언/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 없고 짧은 지식으로는 성인의 말씀을 헤아릴 수 없다)'로 나온다. 鮮은 드물다, 적다는 뜻도 있다.
중국 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저술한 책 '淮南子(회남자)'에는 대구가 다르다. '綆短 不可以汲深 器小 不可以盛大(경단 불가이급심 기소 불가이성대/ 줄이 짧은 두레박으로는 깊은 우물물을 길을 수 없고 작은 그릇으로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다)'로 되어 있다.
오늘의 문제는 두레박줄은 아주 긴데 우물물이 말라간다는 데 있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다는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난리다.
국제신문도 기획시리즈로 집중 보도했지만 갖춘 실력으로 청년의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길은 기성세대의 숙제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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