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와(虫-9)뿔 각(角-0)갈 지(丿-3)다툴 쟁(爪-4)
달팽이는 작은 것이 높이가 1㎜짜리도 있을 정도다. 그 조그만 달팽이 머리에 있는 뿔, 즉 촉각(蝸角) 위에서 벌이는 싸움(之爭)이라니 그야말로 비유가 절묘하다. '어지러운 먼지 번득이는 속을/ 두 개의 성냥개비 높이 치켜들고/ 무얼 그리 찾느냐'<吳順鐸(오순탁) '달팽이'>라고 묘사한 시인보다 더 과장됐다. 이 성어는 끝없이 광대한 우주 속의 작은 지구에서, 더구나 그 한 모퉁이에서의 싸움이란 참으로 보잘것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莊子(장자)의 가르침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기원전 403~221년)의 사상가 장자의 사상이 담긴 '장자'의 則陽篇(칙양편)에 이 이야기가 실렸다. 梁惠王(양혜왕)과 齊威王(제위왕)은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맹약했다. 위왕이 배반하자 혜왕이 자객을 보내 암살하려 했다.
그런데 대신 가운데 公孫衍(공손연)은 찬성하고 季子(계자)는 반대하고 나서 진퇴양난이었다. 이 때 재상 惠施(혜시)가 나서 현인 戴晉人(대진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게 했다. 그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꺼냈다. "달팽이의 뿔 왼쪽에는 觸氏(촉씨), 오른쪽에는 蠻氏(만씨)라는 씨족이 살았는데 어느 날 두 집안에서 서로 땅을 빼앗으려고 싸움을 벌여 수만 명이 죽고 도망가는 적을 추격한 후 15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어리둥절한 왕에게 다시 "저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두 나라의 싸움은 달팽이 뿔 위의 만씨, 촉씨의 싸움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가 물러가자 양혜왕은 대진인이 대단한 인물이라며 싸움을 포기했다고 한다.
莊子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유로, 종횡무진한 寓話(우화)를 통해 보잘것없는 우리 인간의 욕심을 무참하게 비판한다. 여기에서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불필요한 일로 싸우는 일을 말하게 됐다. '세탁기 파손'으로 인한 삼성과 LG의 신경전이 법정 싸움까지 간 것이나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다툼은 세계적인 업체이긴 해도 한 나라에서 다투는 모습이 외국에선 蝸角之爭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蝸角之爭(와각지쟁)과 유사한 성어는 다음과 같다. 蠻觸之爭(만촉지쟁), 蝸角相爭(와각상쟁), 蝸牛角上(와우각상) 蝸牛之爭(와우지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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