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맏 백(亻-5)즐길 락(木-11)한 일(一-0)돌아볼 고(頁-12)

천리마(千里馬)라고 하면 김일성의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총노선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글자대로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말이다. 실제 이 거리를 달릴 수 있다기보다 장거리를 갈 수 있는 명마를 말한다. 그런데 그 재주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면 소금 수레를 끌거나 마구간에서 일생을 마쳤을 수도 있다. 명마의 재주를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이 伯樂(백락)이었다. 伯樂一顧는 자신의 재능이 현자에 인정을 받는 것을 비유하는 성어가 됐다.

주 나라 백락의 본명은 孫陽(손양)이고 천마를 맡은 별의 이름이 백락이었는데 말을 잘 감식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백락이 하루는 길을 가다 소금 수레를 끄는 말을 보고 통탄했다. 용장을 태우고 천하를 누빌 명마가 필부의 수레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驥服鹽車(기복염거)란 성어가 나온 연유다.

또 어떤 사람이 찾아와 자기의 준마를 한 번 봐달라고 했다. 장에 내다 팔려고 했는데 사흘이나 내놓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한 번 살펴주시면 사례하겠다고 했다. 백락이 가서 보니 과연 명마였다. 말의 주위를 둘러보고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뒤돌아봤는데 말의 값이 갑자기 열 배로 치솟으며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劉向(유향)의 '戰國策(전국책)'에 실린 내용이다.

조선의 개국공신 鄭道傳(정도전)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三峯集(삼봉집)에 이런 글을 남겼다. '得百騏驥 不若得一伯樂 得百太阿 不若得一甌冶/ 백 필의 천리마를 얻는 것이 한 사람의 백락을 얻음만 못하고 백 자루의 보검 태아를 얻는 것보다 한 사람의 칼의 명장 구야를 얻음만 못하다.' 騏 준마 기, 驥 천리마 기, 甌 사발 구.

55년 만의 아시안컵 축구 정상을 노렸다가 석패했지만 한국 대표팀 이면에는 명장 슈틸리케 감독이 발탁한 이정협의 활약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에 의해 박지성이 두각을 나타낸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백락에 의해 재능이 알려진 천리마의 행운이었다.

伯樂一顧(백락일고)와 유사한 성어는 다음과 같다. 可增一顧(가증일고), 馬價十倍(마가십배), 伯樂相馬(백락상마), 一顧可增(일고가증), 一顧之榮(일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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