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직 경찰관들의 비위가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에서는 한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소재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담당 경찰관은 업무 부담을 피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사건이 25건이나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크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교통사고 조사를 담당하던 경사가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도로 위에서 잠든 채 발견되는가 하면, 미성년자 준강간 혐의로 직위 해제되거나, 피서철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다가 공연음란죄로 입건된 경찰도 있다. 사안은 제각각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그 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범죄의 주체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통계는 이런 일탈이 개별 사건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회에 제출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연평균 503명에 달했고, 지난해에만 528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31명은 공무원 신분 박탈의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았다. 일반 형사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처벌되지만 피의자가 공무원 신분이라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소속 기관 차원의 감찰과 징계 절차가 뒤따른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는 직무상 의무 위반이나 직무 태만은 물론, 직무 안팎을 불문하고 공직의 체면과 품위를 손상한 경우를 징계 사유로 규정한다. 특히 음주운전, 성범죄 같은 행위라면 형사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징계는 견책, 감봉 등 비교적 가벼운 경징계부터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중징계까지 6단계로 나뉜다. 가장 무거운 파면 처분을 받으면 공무원 신분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5년간 공직 재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이 각각 최대 50%까지 감액되는 치명적인 불이익이 따른다.
형사처벌을 면한다고 해서 무조건 징계를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죄 판결이 나와도 징계 사유가 인정되면 별도의 행정적 제재가 가능하다. 이미 징계나 처분을 받고도 같은 유형의 비위를 반복했다면 징계 수위는 가중될 수 있다. 가장 무거운 결과는 ‘당연퇴직’ 제도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별도의 심의 없이 공무원 신분을 즉시 잃는다. 앞서 언급한 미성년자 준강간 사건처럼 성범죄에 연루된 경우라면 더 엄격하다.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되어도 3년간 임용이 제한되며, 재직 중인 공무원이라면 그 자체로 당연퇴직 사유다.
실무에서 상담하다 보면 형사처벌만 걱정하다가 징계나 당연퇴직이라는 더 무거운 결과를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와 징계는 애초에 별개의 절차이며, 형사처벌의 무게만으로 공직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무원의 범죄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다. ‘설마’, ‘이번 한 번쯤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저지른 범죄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공직 생활은 물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까지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