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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폭력 피해자 두 번 울리는 배상금 지급 지연

예산 조기 소진돼 1900억 원대 지체

예비비 확보 전력·특별법 통과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6-09-09 19:20: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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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국제신문DB
과거 형제복지원 등 강제수용시설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대한 피해 배상 절차가 본격화했으나, 정작 법무부 예산 부족으로 피해생존자 상당수가 배상금을 받지 못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가폭력 사건 소송과 배상금 지급 업무를 맡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가폭력 배상금 신청 접수 후 미지급된 사건 수가 총 595건이다. 미지급 금액은 1900억 원이 넘고, 이 가운데 지연 이자만 60억 원에 육박한다. 국가폭력 피해를 당한 것도 모자라 배상금까지 제때 못 받는다는 것이다. 국가가 피해생존자를 두 번 울리는 꼴이 아니고 뭔가.

앞서 법원은 강제수용시설에서의 인권유린 사태를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국가폭력)’로 인정하고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형제복지원은 작년 대법원에서, 덕성원과 영화숙·재생원은 법무부와 부산시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올해 1월과 2월에 각각 1심 판결로 피해자 승소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피해 배상금 지급이 개시됐으나, 확정 판결에 따른 신청이 올해 대거 몰리면서 예산이 벌써 바닥났다. 법무부는 올해 편성된 본예산에 예비비까지 끌어모아 지난달 말까지 국가배상금 3830억 원을 집행했으나, 현재 소송 비용을 제외하면 69억 원 남짓만 남았다고 한다. 법무부는 미지급분 추가 예산을 확보하려 기획예산처와 2차 예비비 배정 협의를 진행 중이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년도 관련 예산은 8400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하지만 손배액이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배상금 지급이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정부는 추가 예산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배상금 분담 비율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간 ‘교통정리’도 시급하다. 부산시는 ‘지자체 분담 최소화’ 입장을 전달했으나 정부와의 조정 논의는 답보 상태다. 법원이 판결에서 단속과 시설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하긴 했으나, 국가폭력 사건의 1차 책임은 엄연히 정부에 있다. 특히 강제수용시설에서 국가폭력이 횡행했던 1960년대~1980년대는 자치권이 없던 관선시대였다는 역사적 맥락도 고려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협의에 속도를 내 배상금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 지난 7월 김미애(부산 해운대구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단수용시설등 인권침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보상금 지급 주체를 ‘국가’로 명확히 하고, 정부가 피해자를 먼저 구제한 뒤 법원의 확정판결 등으로 책임이 인정된 사람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책임 체계를 마련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신속한 입법화로 국가폭력 피해생존자의 종합적인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평생을 인권침해로 고통받아온 피해생존자들의 회복마저 지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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