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짬짜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수작’이라는 풀이가 올라온다. 한자로는 담합(談合) 또는 야합(野合) 등으로도 표현된다. 이 단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생일을 맞은 친구를 놀라게 하고자 몇몇이 모여 짬짜미로 행사를 준비한다면 이를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짬짜미를 한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부당 행위가 된다.
우리나라의 각종 업계에서 가격 담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사업자끼리 제품값 책정을 두고 사전 논의를 했다가 적발됐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다. 관리·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으나 좀처럼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게다가 짬짜미 분야가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분야에서 발생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근 공정위는 고추장 간장 등을 생산하는 업체 5곳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장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공동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한다. 식품 업계가 짬짜미를 했다가 제재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설탕 제조사 3곳이 4년 동안 가격 담합을 했다가 적발돼 4083억1300만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5월에는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 7곳에 과징금 710억4500만 원이 매겨졌다.
물론 업체로서도 할 말은 쌓이고 쌓였을 터다. 국제 정세가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데다 고환율 고유가 등으로 원재룟값이 올랐으니 일정 수준으로 제품 가격을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갈수록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류비 등도 엄청난 압박 요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경영난 해소를 위한 돌파구를 사업자 간 가격 담합에서 찾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업계는 부당한 공동 행위가 일시적으로 숨통을 트이게 해주겠지만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회사는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도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담합 등에는 더 엄격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대다수 소비자가 일부 악덕 기업들의 농간에까지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염창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