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한 마리가 모래사장을 지나 바다로 향한다. 서두르지도, 뒤돌아보지도 않고 느릿느릿 움직이며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거북에게 이날은 박수받는 날이 아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당연했어야 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지난 27일 제주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12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구조돼 치료받은 개체도 있고, 인공부화한 개체도 있다. 사람의 손길로 목숨을 건진 이들이 마침내 야생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번 방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비접촉 방식’이다. 사람들이 거북을 안아 바다에 넣는 대신 모래사장에 내려놓고 스스로 바다로 가도록 했다. 인간에게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거북에게는 다르다. 야생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인간의 친절조차 내려놓는 것이 배려일 수 있다.
바다거북은 지구 곳곳의 바다를 누비는 장거리 여행자다. 태어난 해변을 기억했다가 수천㎞를 이동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그 길은 점점 험해지고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먹이로 착각하기 쉽고, 폐어구는 몸을 옭아맨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바다거북 7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푸른바다거북 등 5종의 서식이 확인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방류는 그래서 단순한 ‘동물 돌려보내기’가 아니다. 한 종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살아갈 바다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방류에는 민관 협력도 돋보인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제주와 SEALIFE 부산 아쿠아리움 등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이 힘썼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일부 개체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이동경로를 살핀다.
수억 년의 시간을 견뎌온 생명체가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과 폐어구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는다. 바다거북은 인간이 바다의 주인인 양 행동하기 전부터 파도와 함께 살아왔다. 그러니 바다거북을 살리는 일은 거북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거북이 살 수 있는 바다는 물고기가 살 수 있고, 물고기가 사는 바다는 결국 인간도 기대어 살아갈 수 있다.
느린 걸음으로 바다에 들어간 12마리 거북이 언젠가 다시 해변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돌아올 바다가 더 깨끗하고 안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바다로 돌려보낸 거북들이 우리에게 남긴 묵직한 숙제다.
이병욱 해양수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