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온 전국체육대회가 17일 개막한다. 제106회 전국체전이 오는 23일까지 7일간 부산·경남 일원 77개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체전이 끝나면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10월 31일~11월 5일)로 이어진다. 이번 체전은 전국 17개 시·도와 해외 동포 선수단 등 3만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스포츠 축제다.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에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답게, 스포츠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역동성과 부산 저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전국체전을 앞둔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개회식 리허설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2000년 제81회 전국체전 개최 이후 25년이 흘렀다. 부산은 이미 ‘글로벌 해양도시’로 자리 잡았다. 부산은 항만·물류·금융·문화도시로 성장했다. 이제 ‘스포츠로 도약하는 도시’라는 비전을 세워볼 만하다. 이번 체전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다. 부산 정체성과 매력을 전국과 세계에 각인시킬 문화적 장이다. 개회식은 그 상징성을 극대화한다. 공연 연출가 박칼린 총감독이 ‘배 들어온다, 부산’을 주제로 구성했다. 부산 근현대사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전무후무한 시도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무대는 항구도시 부산의 상징성과 생동감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300여 명의 출연진이 빗속에서도 연습하며 색다른 감동을 주는 무대를 준비했다고 한다. 화려함보다는 진정성과 스토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부산 체전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체전’임을 확인할 기회다. 부산시는 자원봉사자·향우회·시민단체와 함께 ‘참여형 체전’을 준비했다. 환영 행사부터 경기 응원, 문화축제까지 시민 손으로 만든 체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디지털 혁신 기술의 접목은 이번 대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AR(증강현실)을 활용한 경기 중계, AI(인공지능) 기반 경기 관람 추천 시스템, 디지털 체험공간 등을 도입해 스마트 도시의 면모를 과시한다. 체전 주인공은 뭐라 해도 선수들이다. 부산 출신 김우민과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 ‘스마일 점퍼’ 우상혁, 역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박혜정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 부산에 모인다. 시민은 이들의 도전을 가까이서 응원할 수 있다. 경남 창원 김해 양산에서도 일부 종목이 열려, 동남권이 스포츠 공동체의 결속도 다진다.

스포츠는 도시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번 체전은 단지 성적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무대가 돼야 한다. 컨테이너 위에서 노래하고 뛰는 배우처럼 부산 거리와 바다에서도 스포츠 정신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선수 땀방울, 자원봉사자 미소, 시민 환호가 어우러져 만들어낼 장면이야말로 진짜 부산다움이다. 부산은 ‘항구도시’를 넘어 ‘미래 글로벌 도시’로 변신 중이다. 체전이 부산 문화와 역동성을 알리고, 스포츠와 시민이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도시 축제의 표본이 되길 기대한다. 선수 열정과 시민 참여가 빚어낼 감동이 세계로 뻗어가는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