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지만 아직도 지나가지 못한 한파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바로 난방비 폭탄! 급등한 에너지 요금으로 인해 전보다 2~3배 가까이 늘어난 난방비에 서민들은 떨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서민들이 에너지 요금 급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don’t pay’ 운동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태우는 시위를, 프랑스에서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저렴한 에너지원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외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섰던 유럽은 석탄과 원자력 비중을 낮추고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생산량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통제로 인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를 겪게 되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 전환과 자립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공급 체계를 지속불가능한 방법에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알려진 예가 에너지 공급 자원을 화석에너지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 전환의 일부분만을 설명한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전력(Electricity) 난방(Heat) 운송(Mobility) 등 크게 세 분야가 긴밀히 연결되어 일어나지만 전력 부분만 강조되어 대중에게 소개되는 바람에 ‘발전 방식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해되곤 한다.

에너지 전환은 개발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도록 하며 거대한 스마트 전력망과 잉여전력 보관 기술을 바탕으로 모든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 9월 기후변화로 인하여 신재생에너지 자급에 차질이 생긴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맞은 사례에서 아무리 훌륭한 재생에너지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효율적인 운송 및 저장 기술이 없다면 항상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유럽 중동 중국 등에 비해 지정학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어려움이 있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 및 관리가 더욱더 필요하다. 전력자원의 최적 배분과 송전계통 강화를 위해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개발이 중요하다.

지능형전력망이란 ICT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 데이터의 수집 운영을 통해 전력의 수요 공급을 최적화하는 전력망을 뜻한다.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는 2021년 360억 달러에서 연평균 18.2%씩 성장해 2030년에는 16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ESS 등 분산에너지 시장 성장과 가상 발전소(VPP) 등 분산에너지의 거래 모델 활성화에 대응하여 스마트하고 유연한 전력 시스템 구축을 실현하고자 2023년 2월 14일에 제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력 공급 변동성 완화와 분산자원 확대, 전력망 투자비와 소비자의 전력 요금 절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능형전력망의 구축 및 확대를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수십 년간 번영을 누리고 세상의 모든 가치를 지배했던 화석에너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오랜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날 기회이지만 에너지 전환의 고통을 전 세계가 혹독하게 견뎌내고 있다. 이번 에너지 가격 폭등은 에너지가 우리 삶에 얼마나 막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에너지 접근성에 따른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세계는 중동과 러시아에 의존해온 에너지 수급의 대가를 치르며 더욱 빨리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미래에너지를 손에 넣는 자가 세계 패권을 차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에너지 자립은 에너지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에너지 불평등을 겪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이미 자국주의로 돌아선 국제 사회 속에서 우리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심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