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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전·월세 대신 주세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1-04 20:01:5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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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케이블TV를 보면 1980년대 유행하던 추억의 드라마가 종종 나온다. 얼마 전 ‘한지붕 세가족’을 우연히 보면서 예전엔 이웃간에 저렇게 정을 나눴지하는 생각을 했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주인집과 세 들어 사는 두 가정의 이야기다. 당시에는 아파트 한 채에 방 한 칸을 빌려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도 많았다.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한 것인데 사생활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방 한 칸이 아닌 아파트 한 채를 빌리다 보니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역전세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올해도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업체 직방이 설문 조사한 결과, 수요자 10명 가운데 7명이 올해도 주택 매매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빚을 내 집을 산 집주인이 집값 하락으로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공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 수백 채를 사들인 뒤 깡통전세를 놓아 전세금을 빼돌리는 사기도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보증금 사기와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월세 비율이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집토스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도권 월세 거래 비중은 48.9%로 2020년(38.4%)과 비교해서 10%p넘게 올랐다. 통상 보증금이 줄어들면 월세는 증가하는 만큼, 세입자들의 주거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주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주세’가 1인 가구 청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보증금 떼일 염려가 없고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 압박이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들도 보증금을 받지 않지만 방을 공실로 두기보다 돈을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기존 전·월세를 주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 주 단위 임대를 연계해주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도 생겨나고 있다. 검색해보니 부산에도 해운대 다대포 부산대 등 인근에 여러 매물이 올라와 있다.

영국이나 뉴질랜드 등 외국에는 이런 주세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매주 임대료를 지불하다 보니 임차인이 목돈 모으기 힘들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임대차 시장에 주세가 등장한 것이 역전세가 우려되는 시장 상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세태를 반영하는 추세적 변화일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젊은층의 주거 불안 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전세 사기 예방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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