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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과소평가 된 고금리 정책의 위험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   입력 : 2022-12-26 19:54:5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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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금리 정책 부작용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제 주체들이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고금리 부작용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부동산시장이다. 현실화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락 위험은 부동산 상승기에 ‘영끌’을 통해 집을 구입한 가계나 부동산 중개업자, 이사 관련 업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거래가 실종되면서 금리 부담에 유동성 위기로 내몰리는 가계, 미분양 또는 계약 포기 등으로 부도 직전인 건설 관련 기업, 프로젝트 금융 관련 업체들의 도산은 경제 전체를 위기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에 따른 한계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부도·폐업으로 인한 고통 또한 대규모 실업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코로나 봉쇄로 인한 부담이 누적되어온 기업과 자영업자들에 고금리 충격이 임계점 도달을 재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주변에서는 급전을 구하기 위해 분주해하거나 연말 연초를 계기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기업 분위기를 예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기업의 줄도산과 대량 실직 사태를 경험했던 한국경제는 그러한 위기의 원인이 단지 외환 부족과 환율급등 위기로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당시 대규모 흑자 기업의 부도와 대량 실직의 근본적인 원인은 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IMF가 요구한 급진적 고금리 정책을 우리가 그대로 수용해 시중금리가 20% 가까이 급상승함에 따른 신용경색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러한 고금리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은행은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 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크게 높다고 보기 힘든 물가상승률을 방어하는 데만 주안을 두고 과감한 금리 인상을 지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물가 상승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수요 위축을 해결하기 위한 과도한 통화량 증가에 의한 측면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용과 설비투자를 통해 공급망 확충이 이루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금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정상적인 공급망 확장의 발목을 잡고 금융비용을 올려 오히려 물가안정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 필요성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외화자금 이탈 우려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 한국에 들어온 외화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되고, 이로 인해 환율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과거 미국과 한국의 금리 역전 상황을 보더라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부분 유동성이 높은 외화자금은 만기가 있는 채권시장 투자 자금보다는 주식시장에 투자된 자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전 세계 주식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이탈하는 자금이 일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자금 이탈은 미국 고금리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한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 전반의 근본적인 위험성을 높이고 이러한 위험이 한국 주식시장에 반영되면서 한국에서 이탈하는 외화자금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과거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잘 아는 일본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기준금리를 0.25%를 유지하다가 내년에 0.5%로 0.25%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경제 현장 구석구석의 심각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감행한 고금리 정책이 우리 경제를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이나 30여 년 전 경제위기의 악몽으로 몰고 가지 않기 위해 지금은 고금리 정책의 급선회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부도나 대량 실직의 고통은 물가나 환율이 10% 정도 올라가는 부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라는 것을 정책 담당자들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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