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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기적의 생환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11-06 18:56:5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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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 광산이 붕괴하면서 광부 33명이 지하 700m에 매몰됐다. 사고 일주일 후 언론은 광부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매몰 17일 만에 이들의 생존이 확인됐다. 붕괴 위험 때문에 굴착기가 하루 20m 정도만 전진하며 구멍을 뚫을 수 있어 이들 전원을 구조하는 데 50여 일이 더 걸렸다. 이들은 어둡고 습한 동굴 안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부르며 공포를 이겨냈다고 한다. 이들의 생존 소식에 전 세계가 감격했다. 이 사연은 영화 ‘33’으로 제작됐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 등 13명이 2018년 치앙라이주 탐 루엉 동굴에 17일간 갇혔다가 구출된 사례도 있다. 전 세계 동굴전문가와 자원봉사자 등이 모여 이들을 전원 구조했다. 선수들과 코치는 서로를 끌어안아 체온을 유지하면서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만 마시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중국 산둥성 옌타이 금광 지하 580m 아래 매몰됐던 광부 11명도 2주 만에 살아나왔다.

이런 기적의 생환이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매몰된 광부 2명에게도 일어났다. 고립 작업자 조장 박모 씨(62)와 보조작업자 박모 씨(56)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아연 채굴광산 제1 수직갱도에서 작업 중 토사 900t(업체 추산)이 쏟아지며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이들은 사고 열흘 만인 4일 밤 11시쯤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이들이 외부와 단절된 암흑 속에서 열흘간 버틴 데는 갱도에서 흘러나온 물과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가 도움이 됐다. 의학계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생존능력을 ‘333 법칙’으로 설명한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립 작업자들은 충분한 물과 열량이 높은 커피믹스로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다. 커피믹스 한 포는 12g 밖에 안 되지만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 가치가 고루 담겨 있다.

그래도 생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의지였다. 조장 박 씨는 발파 소리를 들은 뒤 “어딘가 뚫리겠구나,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계획성 있는 행동요령도 주효했다. 광부들은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하며 버텼다. 이들의 생환은 이태원 참사로 실의에 빠진 많은 국민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정치권은 이들의 귀환에 환영 메시지를 쏟아냈다. 축하도 좋지만 이번 광산매몰 사고의 원인 규명과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생환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싶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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