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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대중 무역수지 적자, 해법은 대체불가 기술뿐

  •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   입력 : 2022-08-17 19:56:2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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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2003년께로 기억한다. 당시 중국 게임산업 등을 취재하러 들른 베이징 소재 게임업계와 관련 학계, 공공기관에서 기자를 포함한 한국 방문객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그들은 연신 ‘리니지’ 게임(1998년 출시)을 언급하며 한국의 게임산업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고 ‘한 수 가르쳐달라’는 눈빛을 보냈다(현재 세계 게임 산업계는 중국이 장악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에도 열광했다. 한 중국인은 기자의 폰을 만지작대다가 “한국은 어쩜 이렇게 폰을 잘 만드느냐”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간 머물렀던 베이징 시내 아파트 외벽을 가득 채운 LG 휘센 에어컨 실외기와 호텔 객실마다 자리한 삼성·LG TV 등 출장 기간 우리 일행은 어깨가 무척이나 올라가 있었다.

20년 전 일이 새삼 떠오른 것은 최근 수년간 벌어지는 양국의 첨예한 대립 때문이다. 오는 24일이면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은 지 30년이 되지만 잔칫집 분위기는 고사하고 연일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8~10일 중국을 방문하자 중국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관련해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하며 기존 ‘3불(不)’에 더해 ‘1한(限)’까지 거론했다. 사드 3불은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술 더 떠 1한은 주한미군이 이미 배치한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아무런 수확 없이 사드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미국이 제안한 한·미·일·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도 중국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미중 사이에 낀 한국은 정치·외교문제에서 수렁을 헤매고 있다.

대중국 관련 난제는 경제부문에서 더 아찔하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30년간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수출 효자노릇을 하던 대중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0일 대중국 무역수지는 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적자(10억9000만 달러)로 돌아서 6월 12억1000만 달러, 7월 5억7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연간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의 25%(1629억 달러)에 달할 만큼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다.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던 황금 어장이 흔들리니 전체 무역수지도 4개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 위축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부동산 붐이 불었고 중국 또한 지난 2년간 머리를 치켜든 듯 상승 폭이 가팔랐다. 하지만 최근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20% 이상 빠져 1997년 이후 중국 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다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도 대중국 수출액 감소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중국 경기가 위축되자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의 수요가 줄며 적자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원자재·중간재 품목에 대한 과도한 중국 의존도도 문제다. 반도체와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각각 40%, 93%에 달한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를 감안하면 한국의 수출 둔화 국면은 단기간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더는 먹히지 않고 있다. 첨단 산업 영역에서 크게 앞서던 한국의 기술력이 급격히 좁혀지면서 중국 내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실제 대중 무역흑자는 2018년 556억 달러, 2019년 290억 달러, 2021년 243억 달러 등 해마다 하락세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미중 신냉전 현실에서 대체불가능한 기술력 확보만이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임은정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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