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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 문화판에 우째 이런 일이?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8-10 19:52:5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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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다 보면 희한한 일을 경험할 때가 많다. 그 일을 통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놀랍고도 굉장한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삶의 지평이 새로운 차원으로 열리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희한한 일 중에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지? 라고 질문해야 하는 일들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경우다.

최근 부산지역 문화판에서 이런 희한한 일을 경험했다. 필자의 40여 년 문화활동 이력을 생각해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아니 충격을 넘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역 문화판의 지형을 재구조화하지 않으면 부산 지역문화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대로 기록으로 남긴다.

부산지역에서 남다른 열정과 역량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곡가 백현주 선생(경부울 문화연대 부산지역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7월 초에 부산 여성연합합창단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인데, 부산을 노래한 작품 한 편의 작곡을 요청받았으니 시 작품을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시 노래 운동이 상당한 문화적 성과를 거둔 것에 비해 부산은 제대로 시 노래 작업이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역문화의 성숙과 다양성을 위해 이런 창조적 작업은 더 활성화돼야 하기에 부산을 노래한 대표적인 부산 시인들의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며 고르기를 반복했다. 가능한 한 작곡자가 창의적으로 부산의 지역성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선별된 부산시인 20명의 시 작품 22편을 백 작곡가에게 전했다.

얼마쯤 지난 후, 백 작곡가로부터 한 편을 선정해 작곡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김점미 시인의 ‘쇠미역’이었다. ‘영도 중리 작은 포구/봄볕 아래 그 아낙/구멍 숭숭한 쇠미역 나르네/동해 찬 바닷물 버리고/여기 남항까지 흘러온 사연은 몰라도/보기만 해도 입안 군침 모아주는/깔끔한 맛 덕분에/한 번 맛본 사람은/결코 잊지 못하리/저 푸른 바닷속에서/인생의 희로애락 다 품었다가/숭숭 제 몸에 바람길 내고/과분한 욕심은 바닷물에 다 버린 몸/진한 정수만 남겨선/팔뚝 굵은 그 아낙의 행복한 희망되어/아낙의 거친 손에/보드라운 봄, 살짝/놓, 아, 주, 네’.

이 작품은 김점미 시인이 시작 노트에서도 밝혔듯이 ‘절영도의 아침바다, 생업의 활기찬 바다를 지나는 행운’을 노래하며 바다의 도시인 부산성을 잘 표현한 수작이다. 그런 만큼 많은 독자층도 거느린 작품이어서 의미 있는 곡으로 재창조되길 기다렸다. 어쩌면 이런 작업이 계기가 돼 타지역 시 노래 운동에 비견되는 부산만의 시 노래 운동이 제대로 점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컸다.

그런데 공연일인 7월 5일 하루 전날 백 작곡가로부터 황급한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 백 작곡가의 목소리는 떨렸다. “선생님 제가 작곡한 작품이 이번 공연에서는 빠졌답니다. 시 가사에 특정 지명인 ‘영도’가 들어 있기에 단원들이 반대해서 공연에서 제외했답니다.” 부산 여성연합합창단이 부산시의 여러 구에서 선발된 자들로 구성됐기에 영도라는 특정 지역이 들어있는 가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곡을 전달한 이후 아무런 소통도, 공연 취소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었다고 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한다는 이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정도였나 싶었다.

지난 시절, 3년 반가량을 부산 지역문화의 부흥을 꿈꾸며 부산문화재단 대표로도 일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황당함을 넘어 절망감까지 들었다. 재직 당시 문화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 필수적이라 판단, 지역에 산재해 활동 중인 아마추어 문화예술 동아리를 전수조사하고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이들이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프로슈머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했었다.

부산을 노래하는 시라면 그 대상이 영도든, 해운대든, 자갈치든 그 자체가 무슨 문제가 되는가? 부산 여성연합합창단이란 이름을 달고 활동하려면, 최소한 부산이란 지역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산’이란 이름표를 굳이 달고 다닐 필요가 없다. 가사에 영도라는 지역명이 있어, 부산 여성연합합창단이 부를 부산의 노래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 아닌가?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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