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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무궁화의 계절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2-07-26 19:23:4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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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무렵 이야기다. 2002년 상반기를 달궜던 월드컵 열기가 ‘새로운 비전, 새로운 아시아’를 슬로건으로 한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사상 처음 대한민국에서 열린 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더욱 이목이 쏠렸다. 한국은 금메달 96개, 은메달 80개, 동메달 84개로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대회였다.

태권도 레슬링 유도 등 효자 종목의 선전과 비인기 종목의 분투가 두드러졌다. 럭비가 예다. 한국 럭비팀이 7인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날, 신문사로 걸려온 전화 내용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팀은 일본과 대만을 연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을 본 시민의 목소리가 거칠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에 태극기가 없다니 말이 됩니까.” 대표팀 선수들의 가슴엔 ‘KOREA’란 영문 표기와 함께 무궁화 마크가 뚜렷했다. “승부를 초월해 경기 자체를 즐긴다는 럭비 본래의 취지에 따라 예전부터 무궁화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는 대한럭비협회 설명을 전해줬더니 그제서야 납득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또 하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징하는 스프링복스를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국내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스 감독의 영화 ‘인빅터스’가 새삼스럽다.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흑백 화합을 위해 남아공 대표팀의 럭비 월드컵 우승을 꿈꾸고, 이 기적 같은 일이 이뤄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정복되지 않는 사람’이란 뜻의 영화 ‘인빅터스(invictus)’엔 만델라가 강조한 용서와 화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여름꽃이 한창이다. 장마 전엔 선비꽃이라는 능소화와 도종환 시인의 시로 잘 알려진 접시꽃이 눈길을 끌더니 배롱나무 꽃과 무궁화가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그런데 산책로나 화단에서 볼 수 있던 무궁화가 화분으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350여 개나 깔려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응원하는 메시지다. 무궁화 4개는 경찰의 꽃이라는 일선 경찰서장인 총경의 상징이다. 정부는 경찰권 견제가 필요하다며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만들었고, 경찰 내부에선 ‘과거 회귀’라며 이에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다. 우리의 단결과 협동을 상징하는 무궁화가 정국 갈등의 대척점에서 위태롭다. 여름 100여 일간 한그루에서 3000송이 이상의 꽃을 피우는 무궁화다. 인내 끈기 진취성이란 무궁화의 정신은 그대로이나 화합을 추구했던 만델라의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는 여름이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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