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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창원의 보석 팽나무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7-24 19:56:0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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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온대의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팽나무는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m가 넘는다. 환경이 잘 맞으면 수백 년을 한 장소에 뿌리박고 자라 우리나라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린시절 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면서 여름을 보내거나 열매를 간식으로 먹었다는 사람이 많다. 마을의 안일과 번영을 기원하는 당산나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경남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의 팽나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소덕동은 도로 건립 계획 탓에 존폐 위기를 맞은 마을로 이곳에서 ‘소덕동 천연기념물’로 불리는 팽나무가 나온다. 드라마에서 마을 주민이 “어린 시절 저 나무 타고 안 논 사람이 없고 기쁜 날 저 나무 아래에서 잔치 한 번 안 연 사람이 없고, 간절할 때 기도 한 번 안 한 사람 없다”고 표현했을 만큼 크고 늠름하다. 나무는 동부마을 뒤쪽에 있다. 이곳에선 동부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낙동강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수령은 500년가량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 7월 마을의 보호수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둘레 680㎝, 높이 16m였다. 어른 4~5명이 안아야 할 만큼 큰 데다, 입지환경과 생육상태가 우수해 보존가치가 높다. 조경전문가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가 팽나무의 보존가치가 있다며 2021년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천연기념물 우수 잠재 자원’으로 돼 있다.

동부마을 팽나무의 인기가 높아지자 창원시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팽나무를 보기 위해 동부마을을 찾는 사람도 많다. 이미 마을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 가는 길’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를 맡은 배우 박은빈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나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주인공 우영우와 친어머니인 로펌 태산의 전 대표 태수미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팽나무 아래에서 대화를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꼽는 명장면이다. 특히 출생의 비밀을 안 우영우가 “나를 원망했니”라는 태수미의 질문에 “소덕동 언덕 위에서 함께 팽나무를 바라봤을 때 좋았습니다. 한 번은 만나고 싶었어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고 답하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줬다. 오랜 세월 버틴 팽나무는 화려함은 없지만 포근함과 안정감을 준다. 숨은 보석이라고 할까. 힘든 일상을 잠시 잊고 위안을 찾고자 동부마을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몰리는 이유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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