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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난장] 우리 시대 진정한 투표의 의미

민주주의의 꽃 ‘선거’…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존중·배려·타협하는 열린 자세로 임해야

  • 김요아킴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
  •  |   입력 : 2022-05-12 19:37: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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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신록이 한창인 이맘때쯤 학교에선 중간고사를 치르고 반마다 소풍 갈 장소를 정하느라 분주하다. 우리 세대의 학창시절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장소를 정하고 학생들은 군소리 없이 따라가기 마련이었지만 요즘은 사뭇 아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같으면 학교 뒷산 선암사에서 성지곡 수원지로 이어지는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바람도 쐬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도란도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는 담임의 꿈에 불과할 뿐 아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어찌 되었든 소풍을 일찍 마치고 삼삼오오 놀러 가려고 근처 시민공원을 가자는 파, 오랜만에 문화체험을 즐기자며 시내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자는 무리, 시간과 비용이 좀 들더라도 새로 생긴 놀이공원에 한번 가자는 아이들 등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반장은 학급회의를 통해 이를 결정한다며 각각의 이유를 듣고자 하지만 저마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목소리만 높아가고 이로 인한 분위기 또한 냉랭해질 뿐이다. 결국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영화를 보러 가자는 쪽이 다른 쪽에 비해 많아야 두세 표 정도의 근소한 차로 정해진다.

아이들은 당연히 다수결의 원칙이라며 겉으로는 이에 대해 승복하는 눈치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은 모양인지 뒷말이 무성하다. 결국 반 친구들 간의 친목과 단합을 위한 소풍 본래의 의미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커다란 갈등의 불씨만 남긴 채 이를 진행한 반장 또한 이래저래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만다. 이러한 장면은 흔히 지금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다. 우선 다수결의 원칙이 왜 민주적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다수의 의견이 소수에 비해 바람직하고 효율적인지를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여러 다른 소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되 서로 간의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 차이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합의 과정을 거쳤다면 좀 더 민주적인 절차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러고도 타협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투표라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되 전체 과반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선 투표 방식을 선택해 쟁점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불만을 최소화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여하튼 학급회의에 대한 교사로서 짧은 소감이긴 하지만 이러한 교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바로미터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대선은 우리 모두를 심각한 갈등과 분열이라는 홍역을 치르게 한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한 나라의 국정을 수행하고 보다 나은 국민의 삶을 영위하도록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수장(首長)을 뽑는 자리에 후보들의 구체적 비전은 실종되고 끊임없는 네거티브 공방만이 우리들의 시야를 흐리게 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오로지 선거에 이기기 위한 자기 욕망만을 펼칠 뿐이었다.

대의 민주주의는 유권자들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현실정치에 잘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제도이기에 그들의 정책과 공약 그리고 그 인물됨을 판단할 수 있는 장(場)을 펼쳐야 한다. 유권자들이 더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그 기대 지평을 넓히는 작업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후보들 간의 치열한 논쟁과 함께 서로의 차이를 조금씩 좁혀가며 국민을 전제로 한 최대공약수를 제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은 이런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그 틈을 비집고 특정 후보에 대한 편파적 언론보도와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며 더욱 비민주적 상황을 가속화시켰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여와 야, 동과 서 이런 이분법적 프레임 속에 단 한 발짝도 이전에 비해 벗어나지 못한 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순환론적 오류만 범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대선 결과는 당선자가 투표자 수의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2위 후보와의 차이도 겨우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비록 대선 역사상 최소의 차이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더욱 소통과 상생의 정치적 필요성이 요구되는 역설(逆說)적 대목이기도 하다. 아울러 당선인이 유권자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8세기 영국의 사상가 루소는 당시 민주주의를 일컬어 “국민은 투표일에만 자유인일 뿐 나머지 시간은 노예보다 나을 게 없는 처지로 되돌아간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보다 진일보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되기 위해선 후보자와 유권자가 더 열린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고 타협하는 마인드가 우선될 때 가능하리라 본다. 다가오는 6월 1일, 풀뿌리 민주주의라 할 이번 지방선거가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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