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 학생들이 어제부터 전면 등교에 들어갔다. 초·중·고교의 코로나19 자체 조사도 없어졌다.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의 체육수업이 열린 운동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때맞춰 시작된 봄소풍과 방과후수업에는 열기가 넘쳤다. 대학생들은 학과 및 동아리 활동에 거리낌 없이 참여하면서 빛나는 젊음을 발산하고 있다. 축제, MT와 같은 청춘 상징 용어들이 다시 등장했다. 다들 설레는 5월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스크 착용 의무 조항만 빼고 해제된 데 이어 ‘실외 마스크 해방’까지 선언됐다. 학교는 정상화 단계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일상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이 아니다”는 대국민 권고문을 내는 등 방역 긴장이 풀어진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너나 없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상 풍경은 예전 같지 않을 테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2020년 1월 이후 온 사회가 갑자기 변했던 기억이 새롭다. 학교에서부터 ‘단절의 세상’신호탄이 올랐다. 그 해 2월 일선 학교 졸업식 풍경은 이색적이었다. 학생 대표와 교장, 동창회장 등 극히 일부만 참여한 방송실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들은 교실에서 모니터 화면으로 이를 지켜봤다. 학부모들은 꽃다발을 안고 학교를 찾았지만, 정문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3월 입학식은 종적을 감쳤다. 대학 신입생들은 ‘코로나 학번’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학과 동기와 선배 얼굴조차 대면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캠퍼스 낭만’은 박제된 단어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발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자 2020년 3월 팬데믹을 선포했다. 홍콩독감과 신종플루 사태에 이은 사상 세 번째의 팬데믹이다.

1968년 7월 최초 발병이 보고된 홍콩독감은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거쳐 호주 북부와 유럽, 미국 캘리포니아에 상륙해 전 세계 사람들을 괴롭혔다. 일본과 아프리카, 남미까지 전파된 홍콩독감은 1968년 말까지 기승을 부렸다. 지금처럼 감염자 집계가 없었던 20세기 중반 팬데믹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2009년 3월 미국발 신종플루는 멕시코를 휩쓴 뒤 세계로 번졌다. 당시 언론보도는 2009년 5월 3일 기준으로 멕시코에서는 사망자가 150명을 돌파해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2010년 4월 WHO는 신종플루에 따른 최소 사망자 수가 1만7583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 수는 2억 5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종플루 기세가 꺾인 지 10년 만에 팬데믹을 몰고온 코로나19는 괴력의 바이러스로 기록할 만하다. 이전 팬데믹 때와 비교해 전염성과 치명률이 더 높은 데다 지속 기간도 벌써 2배 가까이 된다. 최근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5억 명 육박하고, 사망자는 600만 명을 웃돌았다. 한국은 5월 2일 0시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1729만5733명(사망자 2만2958명)으로 집계됐다. 올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61만695명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고통을 겪었다는 ‘공식 계산’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인류사회의 일상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렸다. 앞선 팬데믹 시기엔 국가 간 이동 금지와 같은 극약 처방은 없었다. 스포츠 경기는 중단되지 않았다. 공항 이용 일시 제한은 있었지만, 해외여행도 평소처럼 할 수 있었다. 반면 세 번째 팬데믹에선 국경과 공항이 장기간 폐쇄됐다. 전쟁 중에도 정식은 아니지만 학생 수업만은 사수했던 학교가 사실상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완전 딴판의 세상을 경험한 셈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를 딱 잘라 사람 사는 세상의 양상이 선명하게 구분된다는 뜻일 게다. 신종플루 사태에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었고 대부분 안 쓰고 다녔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무조건 착용이 강제된 마스크를 2년 이상 일상화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영상 및 공연문화 등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금은 자율 방역의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를 넘어서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익숙했던 것들’ 중 상당수가 시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인류사회는 전쟁과 기술 발전, 자연 재해, 혁명적인 정치상황 등을 겪은 뒤 일상 변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사람들이 코와 입을 가리는 사이 세상이 급변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고통스러운 단절의 세계에서 벗어나 문이 활짝 열린 학교 현장을 누비는 미래 세대가 앞으로 꾸릴 세상은 상상 이상의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언젠가는 맞닥뜨릴 일상의 진화가 예상보다 빨리 왔다는 느낌이다. 능동적으로 적응하면 될 일이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