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가 본격적인 출범을 눈앞에 두고 삐걱대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지방자치단체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부터 당장 발목을 붙잡았다.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가 불붙기 시작하던 2년 전쯤, 한 자치분권 전문가는 특별지자체를 설립하는 과정부터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존 행정조직을 두고 특별지자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옥상옥’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특별지자체를 두고 헤게모니 다툼도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특별지자체 청사 소재지를 두고 갈등이 불거졌을 때, 그와의 대화가 떠오르면서 메가시티 출범과 운영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울경은 산업적으로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선과 해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에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온 부울경은 최근에는 수소경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차 완제품을 생산하는 울산, 수소 연구기관과 자동차 부품기업을 연계한 경남, 수소 선박과 항만 산업을 육성하는 부산 등 부울경이 수소산업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4차 산업과 결합해 스마트 산업으로 발전하는 미래도 부울경이 함께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부울경을 하나로 묶어 지역 거점으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이 실현 직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가시티 출범 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논란이 될 지도 모른다. 경남만 해도 메가시티 추진과정에서 시·군과의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데 경남도가 이런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첫 단추가 광역 교통망이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분야에서의 통합이 추진될 것이다. 그중 지역화폐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부산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는 부산시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부산 울산 경남 광역화폐로 운영하고 블록체인 기반 분산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연동할 것을 제언했다. 블록체인 특구인 부산으로서는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다. 부울경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다면 지역화폐의 통합도 필요하다.
다만, 동백전이 대세인 부산과 달리 울산 경남에서는 현재 지역화폐로 제로페이를 사용 중이다.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지난해 부울경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울경 메가시티 상품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처럼 지역화폐 통합도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해서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화폐의 결합을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도 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 추진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부울경 주민 88%가 메가시티 출범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처럼 누구나 부울경이 ‘광역 경제권’을 형성하면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희한하게 부울경은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이나 물 문제, 그 외 여러 가지 사안에서 대립 각을 세웠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 지인은 “부산 사람들도 대부분 부모님이 경남 사람일텐데, 대체 왜?”라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독립해 가정을 꾸려 부산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경남의 부모님 세대가 부산에 대해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산에서 평생 살다가 은퇴한 이후 경남으로 옮겨 사는 부모님 세대도 있다. 이런 관계는 울산과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배타적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는 부울경 안에서 만큼은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 부울경이 서로를 ‘우리’라고 생각하고 양보하며, 합리적인 합의점을 도출해내야 할 때다.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생각하고, 한번 더 되뇌어보자. 우리가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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