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형’과 ‘용진이형’.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SSG랜더스의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말한다.

국내 야구 팬들에게는 이제 익숙한 단어다. 실질적으로 야구단 운영과 홍보에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구단주의 대명사가 됐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게임과 유통회사라는 점에서 이들 구단주의 행보는 전략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팬 입장에서는 이름만 걸쳐놓고 1년에 한 번 의례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근엄하신’ 구단주보다는 훨씬 친근함을 느낀다. 그만큼 야구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투자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바탕에 깔려 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대기업의 지역 연고제를 기본 틀로 시작됐다. 하지만 등 떼밀리 듯 구단을 맡은 대기업은 야구단 성적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기업의 광고 지원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운영비를 쓰는 야구단은 어찌보면 ‘애물단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NC 구단주 ‘택진이형’은 소통과 공감을 앞세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구단주 모델을 제시했다. 2020년 한국시리즈 현장을 전부 찾아 응원했고, 정규시즌 우승 확정 장면을 보기 위해 나흘간 선수단과 동행했다. 지난해에는구단 CF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한 신세계그룹 정 부회장도 ‘택진이형’ 못지 않게 구단에 애정을 쏟으며 ‘용진이형’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 2월 SSG 창단 과정에서 야구팬에게 “팬들이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러웠다. 나를 용진이형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밝히며 김 구단주가 롤 모델임을 밝히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딴 ‘용진이형 상’까지 만들어 선수들에게 선물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수술 후 회복 중인 선발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을 개인 공간에 초대해 직접 중식 요리를 대접하는 등 야구계 인플루언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를 ‘가볍다’거나 ‘관종(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쌍방향 소통시대를 맞은 구단주의 행보로는 그리 흠을 잡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이언츠와 야구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열정을 간직한 부산 갈매기에 비해 구단주의 야구단 사랑은 한참 모자라 보인다. 신세계처럼 소비자와 직접 연관되는 유통사업이 그룹의 한 축임에도 팬들과의 소통은 없다. 물론 그룹 크기나 한일 양국을 오가며 경영을 하는 바쁜 일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롯데 팬들은 ‘택진이형’과 ‘용진이형’을 보면서 정체 모를 소외감을 느낄 법하다. 성민규 단장이라는 파격 인사를 통해 구단의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것으로 갈음하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다.

구단주의 소통과 야구단 성적 사이의 명확한 함수 관계는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단지 야구를 잘 하는 구단과 팬들의 사랑을 받는 구단은 엄연히 다르다.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에 있다. 올해는 프로야구 출범 40년을 맞는 해다. 지난 40년간 팬들이 자이언츠에 쏟아 부었던 사랑에 대해 구단주와 구단은성적은 물론 소통과 공감으로 답해야 한다. 구단주가 앞장 선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2일) 롯데는 김해 상동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구단주가 직접 선수단을 찾아 격려하고, 팬들과 소통한다면 롯데그룹과 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신뢰와 기대는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롯데 팬들이 신 회장을 ‘동빈이형’이라고 부를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신 회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동빈이 아재’가 더 적합할 듯하다.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