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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대한민국을 기술 주권 보유국으로 /남승훈

  •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명예회장
  •  |   입력 : 2022-01-24 19:45: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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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시작하여 위드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생명과 건강이 국가안보와 어떻게 직결되는지 보여주는 한해였다. 또한 이러한 세계적 위기 속에서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 위기 상황 극복의 필수 요소이자 대외협상력을 발휘할 카드임을 확인한 해이기도 하다. 첨단과학기술의 보유가 국가 위상을 결정짓는 시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중 패권경쟁이 글로벌 산업지형과 공급망을 흔들고, 그 여파가 국가 간 안보·동맹 및 국제질서 재편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도국들은 미래 원천기술 선점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경제 주도권과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국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도체, 2차전지, 5G 등을 제외하면 기술패권 경쟁에서 패로 쓸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렇듯 불리한 입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 모색과 함께 D10 수준의 기술 자립이 시급하다. 2019년 일본이 우리나라에 적용한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어려움과, 지금도 진행 중인 반도체 수급 문제를 떠올리면 기술자립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체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신성장동력 발굴, 소재·부품·장비 자립 등의 이슈에 대응하여 분야별 정책을 수립·운영해 왔다. 하지만, ‘기술’이 단순 시장경쟁을 넘어 외교·안보적 역학관계에서 핵심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시기적 이슈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 자립을 위해서는 국익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과학기술 확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하며, ‘미래선도품목’ 발굴로 주력산업의 고도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지목되는 시스템반도체 및 관련 소재·부품·장비 분야, 미래차 분야(전기차 플랫폼·2차전지 등), 신재생 그린에너지 분야(소형원자로 및 태양열 패널 등), 4차 산업분야(빅데이터·인공지능(AI·메타버스)·6G 기술 등), 미래선도기술 분야(핵융합·양자컴퓨팅·우주발사체 등) 등 6대 기술 분야 지정 및 육성 지원에 힘쓰고, 더불어 혁신의 토대인 기초연구와 지역 R&D 역량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2020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종합 23위에 랭크 됐다. 그런데 인프라 분야에서는 과학 인프라가 3위, 기술 인프라 1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과학기술의 수준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정부도 이와 같은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며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에 대한 기술주도권 확보’를 핵심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최고 기술국 대비 60~90%에 머물고 있는 기술 수준을 2030년까지 90% 이상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R&D 규모를 살펴보면 아쉬움이 크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주요기술국의 R&D 규모는 미국 224조 원, 중국 77조 원, 일본 39조 원으로 한국의 20조 원은 미국의 약 10분의 1, 중국의 약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전방위 지원과 더불어 기존 기술체계와의 연동을 통해 지원 효과성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제도 구축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강대국들 간의 기술 블록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공유할 국제 수준의 과학기술을 갖지 못한 국가는 기술결속 구도에서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술패권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술 주권 선점은 미래 국익을 좌우할 필수 국가 역량이다. 대체 불가한 독보적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여 우리나라가 조속히 기술 주권 보유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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