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쓰레기가 북극에서 발견된다면?’.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박물관이 3주가량 부산에서 개최한 ‘범지구적 도전 북극 해양쓰레기’ 사진전의 홍보 문구다. 짧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렬하다. 누가 들어도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쏙 머리에 들어온다. 더 나아가서는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를 잃는 바람에 먹잇감을 구하지 못한 북극 동물들이 플라스틱 더미를 뒤지는 장면이 겹쳐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온 부모가 많았다. 부산지역 ‘맘카페’ 등에는 사람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죽는 거북이 사진을 보고 놀라는 아이들 이야기에서부터 해양쓰레기 없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자녀들에게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양쓰레기 문제가 전세계의 골칫덩어리가 된 지는 오래다. 바다에 버려진 폐기물들이 바람과 해류를 따라 떠돌다가 한데 모인 거대한 ‘쓰레기섬’(GPGP·Great Pacific Gabage Patch)만 해도 5곳이나 확인됐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해양쓰레기의 다수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다른 물질과 달리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양생태계 교란을 가중시킨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나라도 해양쓰레기 저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범부처 차원의 대처를 위한 기구인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장은 해양수산부 장관이며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환경부 등 해양쓰레기 관리와 관련된 9개 부처의 차관급 공무원, 해양환경공단 등 3개 공공기관의 장, 민간전문가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범정부 기구 구성은 1, 2개 부처의 협업만으로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해양폐기물은 육지에서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다른 나라 해역에서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 오는 것도 많다. 이 때문에 다수의 관련 부처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1차 해양폐기물관리 기본계획’(2021~2030년)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해양플라스틱 발생량을 현재보다 6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어 2050년에는 바다 쓰레기 없는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어장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지난해 11월 공포했다. 양식장 등에서 이용되는 스티로폼 부품의 신규 설치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말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현재 해수부가 추진 중인 ‘바다환경지킴이’ 사업의 법적 근거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인력을 동원해 담당 해안의 쓰레기를 치울 경우 정부 차원에서 행정·재정·기술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일부에서는 해수부 등의 열의와 달리 이 사안에 대한 지자체의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쓰레기는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침에도 ‘정부가 다 알아서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지자체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 인력이나 재원 부족 등의 한계를 갖고 있는 지자체가 해양폐기물 처리에까지 손을 뻗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부산시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시는 지난 21일 ‘부산시 해양환경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깨끗한 해양환경을 통한 ‘그린스마트 도시 부산’ 조성이 지향하는 바다. 시 공무원을 비롯해 지역 해양환경 기관·단체 ·학계, 각계 전문가 등 11명이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2022년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시행계획안’을 심의했다. 세부 과제는 해양폐기물 발생원 관리, 수거 사각지대 해소, 해양폐기물 처리·재활용 촉진, 시민참여 및 교육·홍보 강화 등 28개다. 시는 올해 해양폐기물 분야에 64억 원, 오염퇴적물 정화복원사업에 36억 원을 투입한다.

쓰레기 없는 바다를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해양폐기물 유입 특성상 지자체가 심혈을 기울인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해양수도를 자처하는 부산이 취해서는 안될 자세일 터다. 그린스마트 도시는 희망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부단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마침 오는 9월 부산에서는 대형 행사인 ‘제7차 국제해양폐기물 콘퍼런스’가 열린다. 부산의 이런 노력들이 ‘2050년 해양 쓰레기 0’이라는 목표 달성을 이끄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