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점점 가까워지는 만큼 지역민의 탄식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비호감 선거, 네거티브 선거, 포퓰리즘 선거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만연하고 있다. 사회적 격변기, 시대적 전환기에 걸맞은 구조적 개혁과 미래지향적 혁신의 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소멸, 저출생 고령화, 부동산, 교육, 양극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적 위기와 국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 핵심이 집권·집중에서 분권·분산으로의 지방분권·균형발전형 국가운영체계 구축이다. 획일적인 중앙집권과 과잉된 수도권집중의 극복은 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국가운영의 기본 틀은 헌법이다. 따라서 1987년에 만들어진 현재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바로 지방분권 개헌이다. 그래서 지방분권전국회의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등 전국 9개 민·관·언·정 단체의 연대 조직인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차원에서, 또는 지방분권전국회의 중심의 분권단체 차원에서 대선후보들과 ‘지방분권 개헌 국민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지방분권 개헌 국민협약(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형 국가임을 명시한다. 둘째,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민으로서 자치권을 가짐을 기본권 장에 명시한다. 셋째, 지방의회 집행기관 등 지방정부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자치법률로 정하며 사무 배분, 수행은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자치조직과 자치행정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

넷째, 국회는 국가의 법률을 입법하고, 광역자치의회는 광역지방정부의 자치법률을 입법하고, 기초자치의회는 기초지방정부의 자치법률을 입법하도록 자치입법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

다섯째, 국세의 종류 및 기초자치세 및 광역자치세의 종류와 배분 방식, 소득세 및 소비세를 포함한 공동세의 종류 및 세율, 배분 방식은 법률로 정한다. 기초자치세 및 광역자치세의 세율과 구체적인 세목 및 징수방법은 자치법률로, 위임사무에 소요되는 비용은 위임하는 쪽에서 부담하며 국가와 지방정부 간 및 지방정부 간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도록 자치재정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 여섯째,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하여 상원은 지역대표로, 하원은 국민대표로 구성함을 헌법에 명시한다. 일곱째, 지방정부의 자치법률과 관련되는 사항을 처리하는 자치법원 설치 등 사법분권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 여덟째, 헌법개정 국민발안제, 법률 국민발의제 및 국민투표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시한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지방분권 개헌 국민협약서’에 주요 대선후보들이 개별적으로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참가 단체 대표들과 같이 서명하여 핵심 대선공약으로 천명하고 국민에게 약속하자는 것이다.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는 지방분권 개헌을 목표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출범한 조직이다. 당시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와 직접 ‘지방분권 개헌 국민협약’을 체결했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자신들의 도장을 찍어 보냈다. 이를 토대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흡하나마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무산되었다.

권력구조 등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는 당면한 국가적 위기에 대한 구조적 대응을 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비교적 정치권의 합의가 쉬운 지방분권 개헌부터 하자는 말이다. 일상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헌법개정의 호흡도 더 짧아져야 하고, 상황에 따라 현실을 제때 반영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을 중심으로 순차적 개헌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지방분권·균형발전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2024년 총선과 동시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추진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이 완성될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국민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다시, 더 강력하게, 민·관·언·정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 전국의 지역민들이 합심해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