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도시계획 전문가 찰스 몽고메리의 역저다. 그의 질문은 진지하다. 자원과 사람, 문명과 소비의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정말 행복한가? 풍족한 삶을 위해 가꾼 도시에서, 도시인은 왜, 힘겨운 일상을 반복하는가? 그는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절박한 탐구를, 그러나 희망적으로 기록한다. ‘행복도시의 시장’의 엔리케 페날로사(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장)는 책에서 도시혁명을 약속하는 ‘위대한 실험’을 얘기한다. “꼭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모두가 부유한 생활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이 존엄성을 보호받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를 가꿀 수는 있다….” 도시생활의 형태와 체계를 바꿈으로써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국가의) 경제적 풍요가 (국민의)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 시대다. 한국, 국내총생산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2년 연속 초청하고,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선진국’으로 인정한 강국이다. 작년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95개국 중 50위(유엔 SDSN)다. 2018~2020년 평균 국가행복지수는 OECD 37개국 중 35위(한국개발연구원)다.
‘부산 먼저 미래로-그린스마트도시 부산’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도시 비전이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부산을 ‘행복지수 세계 선진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친환경 가치에 바탕을 둔 ‘삶의 질 선진도시’, 과학기술을 활용한 ‘경제적 선진도시’를 추구한다. 그 목표는 시대적으로 적확하다. 경제적 선진화는 행복의 요소이긴 하되 현대도시가 안고 있는 핵심적 역설을, 그는 직시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내일의 변화를 예측·대비할 중요화두다. 그 키워드는 선진국 개념의 변화(경제 수준·재난 대응 역량), 친환경의 부상(환경파괴 경종), 언택트 문화(비대면·비접촉)의 확산 등이다. 세계 석학은 경고한다. 오늘 같은 생태계 파괴와 소비양식이 바뀌지 않는 한 팬데믹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의 언어와 방식으로 이 같은 위기를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문제는 실천이다. 우리는 겉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며, 속으론 예전의 탐욕과 오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부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취임과 함께 12개 장기표류 과제의 신속 해결을 다짐했다. 굳이 취임사에서 ‘적극 행정’을 다짐하면서다. 그 과제 4분의 3은, 다행히 ‘해결’을 말할 단계다.
부산의 ‘삶의 질’을 좌우할 대형 개발 프로젝트 3건은, ‘미제(未濟)’다. 부산시는 ‘행정절차 진행 중’을 말하지만 실상 개발을 추구하다 시민 반발에 직면했거나 외부 판단에 기댄 상태다. 스스로 도시철학에 따라 내릴 판단을 외부에 맡겼으니, 한동안 휘둘리고 끌려다니며 한세월 보낼 수밖에 없을 터다.
‘부산의 허파’ 황령산을 유원지로 개발한다? 청사포 1.2㎞ 앞 해상에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세운다? 해운대~이기대 해상에 케이블카를 만든다? 환경과 도시기능에 악영향이며 주민건강에의 위협은 어느 정도이겠나. 공공재의 사유화에 따른 반발은 감당할 수 있겠나.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삶의 방식을 전환하며 공존을 추구해야 할 시대에, 환경을 훼손하며 개발을 강행하는 이유는 뭔가? 문명평론가 루이스 멈포드의 말이 새삼스럽다. “로마의 붕괴는 통제되지 않은 확장과 파렴치한 착취와 물질적인 포만의 본보기임을…”, 우리 역시, 착취와 포만 끝에 쾌적한 도시와 삶의 바다를 잃고서야, 당대와 후세의 삶의 기반을 잃었음을 깨우칠 건가.
부산은 시민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행복 선진도시’로 가야 한다. 그 꿈, 시대변화에 적응할 ‘넥스트 노멀’에 대비하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다. 인간의 삶을 위한 미래도시 10대 트렌드 중 ‘공용공간 푸르게’를 으뜸으로 꼽는 시대다(딜로이트). 황령산 숲에 대형 상가·숙박 시설, 청사포 앞바다에 풍력발전 설비, 광안리 앞바다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부산의 ‘삶의 질’은 정말 나아질 것인가. 우리는 정녕, 부산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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