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에는 이재명 후보만 보이고, 국민의힘 쪽은 윤석열 후보가 뒤에 숨어 안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김종인 위원장 등이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윤석열 후보와 같이 뛰는 모습을 비춘다. 이재명 후보 측이 대통령 선거를 개인전으로 치르려 하는 것이라면, 윤석열 후보 측은 단체전으로 치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선택일까? 필자 개인의 의견이지만 양쪽 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민주당은 개인전으로 치를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은 단체전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쪽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보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인위적인 변화를 시도하면 정책의 연쇄효과가 일어난다. 왜냐하면 시장에 참여한 행위자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위험을 분산시키려 한다. 생존본능이다.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으로부터 민심이 떠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과 최저임금 정책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취지는 집 없는 국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세입자의 주거에 대한 불안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정책의 취지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저임금 구조로부터 해방시켜주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방법이 틀렸다.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과속주행을 했다. 임대인들에게 압박을 가하면 위험을 분산시키고, 결국 임차인들에게도 그 위험의 일부가 전가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직격탄을 맞은 고용주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결국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책의 연쇄효과다.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때는 그 정책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국민을 위한 보완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두 정책의 정치적 의도가 갈라치기를 통한 표 확보였다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갈라치기의 의도였다 할지라도 정책의 연쇄효과를 무시했기 때문에 갈라치기에 실패하고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어 결국 표도 잃었다.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 주류와는 결을 달리하는 이재명의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탄핵의 후유증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반문 정서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야당으로 달려왔고, 호랑이 등에서 내려 대선이라는 마라톤에 참가했다. 짧은 훈련기간만 거치고 마라톤 경기에 처음 참가하는데 금메달까지 따라고 한다. 젊은 재기가 번뜩이는 이준석 대표와 노련한 김종인 위원장이 페이스메이커로 같이 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 전원이 박수를 치며 윤 후보와 뛰어야 한다. 다행히 정권재창출이라는 역풍보다는 정권교체라는 순풍이 불어주고는 있지만, 대통령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은근히 기대하는 정치문화에서는 불리한 상황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정당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정권교체에 성공함으로써 탄생하는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힘 정부여야 한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기대하는 정부가 정치신인 윤석열이 주도하는 새정치 정부일까, 아니면 단지 여야 교체에 불과한 국민의힘 정부일까?
민주당에서 이재명 후보만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어도 정권교체가 아니게 만들 수 있다.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은 절반을 훌쩍 넘는 국회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더 높기 때문에 결국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이기는 하나, 윤 후보가 큰 득표 차로 당선되지 못하면 난관이 기다린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국무총리 임명이 안 되면 장관 임명도 못 한다. 그래서인가 국민의힘 쪽에서는 민주통합정부의 얘기가 솔솔 나온다.
윤석열 후보는 개헌 없이도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겠다고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 민주당 측 인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한다면,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새 정부를 계속 지지할지 의문이다. 관찰자로서는 흥미로운 상황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동의대 행정정책학과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