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장년 세대는 4인 가족 이상의 집안에서 자란 기억이 새롭다. 산업화 시대,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손자 며느리 다함께 모여’ 오손도손 살던 대가족은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그림이었다. 옆집 아이가 늦게 집에 오는 부모를 기다리면서 울고 있으면 밥도 먹여주는 등 내 자식처럼 알뜰하게 챙겼다. ‘사람 사는 맛이 났던 그때 세상’을 추억으로 떠올릴 계층은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다.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도 ‘시집 장가 가는’ 자녀들이 독립해 별도 가정을 꾸리는 일이 일상화하면서 우리나라에는 4인 가구 형태가 흔했다. 딱 한 사람, 혼자 사는 가구의 외로운 모습은 주변 사람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았다. 나 홀로 사는 가구가 그만큼 드문 시대의 풍경은 그랬다.

세월 따라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2014년부터 나 홀로 사는 가구가 우리나라의 주된 가구 형태(가구원 수별 비율 1위)로 7년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선 1인 가구 비율(30.2%)이 지난해에는 31.7%(전체 2092만7000가구 중 664만3000가구)에 달했다. 이제는 가장 흔한 가구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혼자서 가구를 꾸리는 셈이다. 한 집안에서 여러 명의 가족 구성원이 북적거리면서 때론 갈등하고, 정도 쌓던 그 시절 이야기는 시대극에서나 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에 사는 나 홀로 주인의 연령대 분포에서 지역 따라 세대 편차가 드러났다. 수치 상으로 전국 1인 가구 주는 20대 비율이 1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16.8%)가 차지했다. 그다음은 50대(15.6%), 60대(15.6%), 40대(13.6%) 순으로 나타났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연령대별 분포다. 부모와 같이 살다가 직장·학업 등의 이유로 독립한 젊은 층이 많아지는 세상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의 전체 1인 가구 중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한 19.4%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는 부산의 고령화 추세 반영인가 보다.

앞으로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한 집안에서 나 홀로 사는 사람은 당분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청년층은 주거, 중·장년층은 고용 유지, 노년층은 소득 배분 등 정부의 1인 가구 지원에 대한 정책도 연령대별로 다채롭게 펼쳐질 모양이다. 그런데 부산의 지원 대책은 노년층의 1인 가구 한 쪽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흐를 판이니 뒷맛이 씁쓸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