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부산대에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관광지질학’을 강의하는 것이었다. 학과의 고참 교수님이 당시 지질유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고 신규 교과목을 개설하여 신임 교수에게 강의를 맡긴 것이다. 문제는 관광지질학이라는 분야가 특별한 전공자가 있는 분야가 아니고, 당시에는 국내 대학 중에 관광지질학을 강의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는 강의자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외국에 관련 서적을 주문했지만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후 근 일 년 간 인터넷을 뒤지면서 강의자료를 만드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 후 지질공원이나 천연기념물 등 지질유산 관련 과제를 이상할 정도로 많이 하게 되었고, 어느새 주전공분야가 되어버렸다.
관광지질(geotourism)은 관람객들이 자연유산과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 그리고 그것들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증가시키는 것을 돕는 새로운 관광분야를 의미한다. geotourism에서 geo-는 지질뿐만 아니라 지형 지리 지질다양성(geodiversity)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또한 관광지질은 지질학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하지만 미적 가치 문화 역사 모험관광까지도 모두 포함한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구경하고 즐기는 관광보다는 뭔가 배워갈 수 있는 교육관광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관광지질이 활발한 국가들이 대부분 선진국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관광지질 분야의 강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지질의 핵심은 지질유산의 보존과 교육 및 관광분야에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관점에서 관광지질의 개념을 가장 잘 적용한 제도는 지질공원이다. 1990년대 초 지질유산과 지질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1996년 제30회 국제지질과학총회에서 지질공원이 처음 논의되었다. 그 후 2000년 유럽지질공원네트워크(EGU), 2004년에는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GGN)가 출범하게 되었고, 2015년 지질공원은 유네스코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2010년 제주도가 최초의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으며, 2011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지질공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2012년 울릉도·독도가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이 되었고, 현재는 13개의 국가지질공원과 4개의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은 2013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국가지질공원이 되었고 현재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울산광역시가 지질공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울산 지역의 다양한 지질유산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다. 올해 울산 지역의 지질유산에 대한 기초연구를 통해 대곡리 반구대를 필두로 천전리 작괘천 무제치늪 간절곶 대왕암 태화강 하천침식지형 국수천 습곡 주전해안 강동해안 등 10개소의 지질명소 후보가 선정되었으며, 그 외에도 도처에 분포하는 수십 곳의 예비명소가 보고되었다.
울산은 대도시이지만 산지와 하천, 바다를 모두 포함하며 많은 지질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공룡발자국을 비롯한 화석과 포유암 주상절리 양산단층 단층전파습곡 등의 지질유산은 물론 아름다운 해안침식지형과 감입곡류 구하도 돌개구멍 육계도와 육계사주 타포니 등의 지형유산이 함께 산출되는 이상적인 지역이다.
울산 역시 부산과 마찬가지로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질공원을 운영할 경우 학생들의 교육에 크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울산광역시의 균형 있는 지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인접한 부산 지질공원과의 강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질학자의 입장에서 울산의 국가지질공원 인증 추진을 응원한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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