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고 도는가 보다. 어제의 양지가 오늘은 음지가 되고 오늘의 음지가 내일은 양지가 되기도 한다. 1970년대에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의 지원경쟁이 높았는데 지금은 지원을 기피하는 진료과가 되었다.

그림=서상균 기자

한 가정에서 5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함에 따른 분만 건수 증가로 산부인과를 지원하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1970년대의 산모는 분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새벽 2시에 낳으면서 밤을 새워도 산부인과 의사는 생명의 탄생이라는 보람을 느꼈었다. 세월이 흘러서 지금의 현실과 상황이 너무 바뀌었다. 더구나 앞으로 분만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적어서 산부인과는 어떻게 변화될지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로 한가정 출산 수가 1명도 안 되는 0.84로 과거보다 3분의 1 이상 분만 수가 감소하여 병원운영이 어렵게 되었다. 분만병원을 운영하려면 24시간 진료하는 의사와 신생아실 간호사 그리고 언제든지 응급수술할 수술실 간호사와 마취과팀이 준비돼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지출은 고정되어 있는데 감소된 분만 건수와 현실에 맞지 않는 의료보험수가로 병원 운영이 어렵게 되었다.

두 번째로 산부인과는 산모를 진료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생명을 다루는 응급상황을 진료하는 과이다. 자궁 안에 있는 태아나 진통 중에 있는 아기가 현재는 괜찮지만 돌아서면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알 수가 없다. 의학적으로 산모가 분만과정에서 태아나 산모가 5분 이상 숨 쉬지 않으면 생에서 사로 넘어갈 수 있다. 대부분 예측할 수 있어 응급으로 대처하지만 문제는 예측하기 어렵게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산모나 태아의 사고에 대해 현실은 원인 규명보다 모든 것을 의사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평생 열심히 진료한 분만병원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병원문을 닫아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동창회 관계로 일본의 동창회장하고 얘기하던 중 일본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산모나 태아의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일본에서는 병원마다 분만 건수에 따른 할당금액과 정부의 보조금을 모아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산모나 태아의 가족에게 먼저 위로금을 주고 법적인 문제는 추후에 논의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병원 개인이 모든 책임을 떠맡게 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 번째로 결혼 연령이 더 늦어지고 있으며 홀로 사는 독신녀나 독신남으로 인하여 출산 건수는 감소해 오히려 난임 부부는 더 늘어날 것이다. 순리적인 인간의 임신은 남자와 여자가 관계하여 얻어진 결과이며 최근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 아기로 체외수정시켜서 임신하는 방법까지 발전되었으나 공통적인 점은 엄마 자궁에서 10개월간 자란다는 점이다. 독신녀가 아기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의 정자를 구해서 시험관 아기로 수정시킨 수정란을 자신의 자궁에 넣어서 임신할 수 있으며 자궁에서 10개월간 자란다. 독신남이 결혼 안 하고 아기를 원할 경우 다른 사람의 난자를 구해서 시험관아기로 수정시킨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넣어서 아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남녀가 섹스를 안 하고 필요한 난자와 정자를 구입하여 시험관 아기로 체외수정시킨 수정란을 나의 자궁이 아니고 인공 자궁에 넣어서 제품생산 하듯이 아기가 태어난다면 혈연관계인 형제자매가 없어지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애매해져 전통적인 가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분만 건수는 계속 감소하겠지만 4차산업 시대의 의학발전으로 인공 자궁이 개발된다면 비대면 언컨택트 시대에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난임을 진료하는 산부인과 영역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상상해 본다.

세화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