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 부산시에서 사각지대 청년 지원사업으로 신설한 NEET청년 대상 사업을 통해 청년을 만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청년도전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위닛캠퍼스(We knit campus)’와 부산시 ‘NEXT10, 저활력 청년 비상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위닛 커뮤니티(We knit community)’가 있다.

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취업의지가 꺾여 일하거나 교육받을 의지 없이 지내는 청년무직자를 말한다.

과연 청년들은 의지가 없을까? 부산시 니트 청년 지원 정책에 참여한 청년들이 신청 및 진행 과정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공부를 하려고 친구를 끊었는데, 그게 독이 되었어요. 타인과 관계를 맺고 타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게, 삶의 보람이었는데 그게 빠지니 스스로의 색이 바래져만 가요.”

“회사생활을 하다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져서 퇴사했어요. 자의적인 은둔생활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건강은 나아지고 있지만, 은둔이 습관이 돼 방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조금의 활력과 세상에 나갈 수 있게 준비를 함께 하자는 소개글이 와닿아서 신청했어요.”

“취업 준비는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노력하면 잘 될 거라고 믿지만, 동기 부여와 활력이 부족하네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고, 제가 도움이 될 부분이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어요.”

“참여하는 동안은 좋았는데, 끝나면 또 혼자가 되잖아요.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NEET 프로그램을 찾은 청년들은 사회 진입 과정에 대한 불안과 고민에서, 번아웃에서 회복까지 각자가 마주한 문제는 달랐으나, 어떻게든 이겨내고자 문을 두드렸다. 구체적인 면면을 들여다보며 사회 진입을 준비할수록 홀로 고립되는 상황 속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홀로 겪어내는 불안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켜낼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회에서는 이력서에 한 줄 적어낼 수 없는 무업의 시기를 무용하다고 여길지라도, 무업의 시기를 본인의 삶에서 유의미한 시간으로 만들고, 해석해주는 사회의 안전망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느 날, 한 참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시간 준비하던 시험을 봤는데, 간절했던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던 듯했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도 어렵고, 더이상 삶의 의미를 못찾겠다”고 이야기하는 이에게 ‘지금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정책적으로 현재 어떤 지원이 가능할까’며 짧은 시간에 많은 고민을 했다. 당장 참여가 가능한 ‘마음 건강 상담 프로그램’은 없는지, 사후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정책이 없는지 찾아봤으나 관련 사업 담당자에게 연락해 자리를 확인하는 정도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당장 저 문자도 보낼 수 없었다면 저 청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담, 프로그램 제안을 넘어 다층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 부산시는 어떤 답을 해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상담일정을 맞춰보자는 연락만 왔는데도 행복한 거에요!” 한 부산청년 마음건강 참여자의 소감이다. 올해 처음 시작된 마음건강 사업 참여자의 소감을 보며 응답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지금 청년들은 ‘백수인 게 문제가 아니라, 혼자라서 문제인 것’이며, 청년의 입장에서 찾아올 수 있는 정책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필자가 만난 청년들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용기 있게 나섰기에 만날 수 있었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청년은 숨어 있다.

부산시는 산학협력과 청년문화도시 조성을 중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거대 담론 속에 더 이상 청년을 소비해서는 안된다. 단 3일 만에 모집이 끝난 ‘청년마음 건강지원사업’의 사례를 보며, 하루 빨리 부산 청년 살리기 정책을 전면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산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