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의 대명사인 분당과 한국판 실리콘밸리라는 판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장동은 분당과 판교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의 남쪽 끝이다. 몇년전까지 그린벨트로 묶인 임야와 논밭이던 이 동네가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택지개발 덕분이다. 요즘 온 나라를 들쑤시는 ‘대장동 스캔들’은 이 개발사업에 엄청난 비리 불법이 묻혀있다는 의혹이다. 여당의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결정권자였으니 폭발력은 클 수밖에 없다.

여야가 사생결단식으로 “당신들이 몸통”이라며 드잡이를 하고 있지만 사건의 본류가 밝혀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대장동에 부나비처럼 몰려들었던 정치 법조 언론인들의 면면이 일부 알려지면서 서민들을 아연하게 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사업방식과 수익구조를 일반인이라면 이해조차 하기 힘들다. 그런 곳에서 누군가는 귀신 같이 돈 냄새를 맡았다. 서로 학연이나 사적 인연으로 얽힌 채 고문 자문 등의 직함을 달고 한몫씩 챙겼다. 여권만 아니라 야권도 예외가 없었다. 권력(정치인) 지식(법조인) 정보(언론인)를 무기로 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수준이 이렇다.

퇴직금 50억 원은 수억 연봉의 대기업 임원으로 10년 이상 일해도 받지 못하는 액수다. 평범한 샐러리맨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거액을 화천대유에서 6년간 대리 직급으로 근무한 30대 사원이 수령했다. 대리의 아버지는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다. 또래 세대가 정규직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때 아버지 소개로 취업한 화천대유에 주식이나 코인 대신 올인했을 뿐이라는 그의 해명은 청년들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곽상도라는 ‘아빠 찬스’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는 것쯤 모두가 안다.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과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을 끈질기게 저격하던 곽 의원의 내로남불이다.

임직원이 고작 20명 안팎인 화천대유에 법률고문이나 자문으로 합류한 법조인은 무려 30여명이라고 한다. 그들 중 상당수가 낯익은 인물이다. ‘박근혜-최순실(개명후 최서원) 국정농단’을 파헤쳐 한때 정의의 화신처럼 떠올랐던 박영수 특검이 고문으로 활동한 대가는 연 2억 원이다. 아예 직원으로 입사한 그의 딸은 이 회사가 지은 아파트를 최초 가격에 분양받아 8억 원 이상의 차익까지 봤다. 대한민국 법관의 최정점을 거친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건너간 자문료는 월 1500만 원에 달한다. 최순실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신생업체인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 1~7호가 어떻게 1조5000억 원대 택지개발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 그러나 그들이 결과적으로 걷어올린 천문학적인 수익금은 대략 나와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3호는 전직 기자인 화천대유 설립자와 그 아내, 친누나가 명목상 소유주다. 이들 4개사는 2억여 원을 투자해 2000여억 원을 배당받았다. 아파트 분양수익까지 합하면 6000억 원 이상이 화천대유 일가에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나머지 4~7호의 수익률도 1000배 이상이다. 로또 수백번 당첨도 못 따라가는 대박이다. 이렇게 번 돈을 자문료 고문료 퇴직금으로 펑펑 쓰고 빌딩을 올리고 집을 샀다. 상당액이 대장동 원래 땅주인이나 아파트 수분양자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자금이다. 화천대유가 끌어들인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이들 회사의 비상식적인 투자 비결 못지 않게 국민의 궁금증이 쏠리는 대목이다.

토지보상이나 인허가 같은 리스크는 공공(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이 지고 개발이익은 민간(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 몰아주는 이 사업의 구조를 설계한 사람은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출신인 이 지사가 이런 특이한 수익배분 형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고민 안했다면 문제고, 무시했다면 더 큰 문제다. 민간이 독식할 이윤을 공공이 일부 빼앗아왔다는 이 지사의 해명과 달리 공공은 재주만 부렸을 뿐 떼돈은 왕 서방(민간)이 가져갔다는 시각이 현재까지는 지배적이다. 그 막대한 이익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국가가 국가로 바로 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법률지식을 요리조리 법망을 피하는데 써먹던 이들을 한때 ‘법꾸라지’라며 멸시했지만 대장동은 그보다 몇배 더한 ‘먹물들’의 놀이터임이 드러나고 있다. 거기서 내뿜는 악취가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부동산 폭등으로 내집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코로나19 때문에 삶의 극단으로 내몰린 국민의 고통과 상실감쯤은 이 타락한 먹물들의 안중엔 없을 것이다.

논설위원 flute@kook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