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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구명줄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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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떨어졌다. 2017년 6월 8일 오전,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한 가닥 밧줄에 의지해 건물 12층 외벽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다. 노동자가 틀어놓은 음악이 시끄럽다며 한 주민이 칼로 밧줄을 끊은 것이다. 음악이 아무리 시끄럽기로 서니 어떻게 사람을 죽게 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 힘든 야만적 행위에 모두가 경악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죽음을 맞은 그 노동자는 5명의 미성년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정말 희귀한,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미친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책임 소재를 개인에 한정한 것이다. 개인을 넘어선 사회의 책임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지난달 27일, 인천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청소를 하다 밧줄이 끊어져 숨진 20대 노동자가 한 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사흘 전, 안전보건공단은 보조로프(구명줄) 등 안전장비를 갖추라고 시정 조치를 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이를 무시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달 8일,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선 20층 외벽에서 청소를 하던 20대 청년이 추락사했다. 그가 몸을 맡긴 밧줄에는 닳은 흔적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 날에는 서울 공덕역 지하철 환기구를 보수하던 20대 청년이, 그 다다음 날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에서 20대 청년이 떨어져 숨졌다. 낙엽에 앞서 사람이 우수수 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82명 중 추락사의 비중은 37.2%(328명)이다. 건설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51.5%(458명 중 236명)로 상승한다. 숨진 이들이 소속한 곳은 대부분 5인 미만의 영세 업체다. 노동계에선 “사고 원인의 70%가 안전로프의 풀림 또는 끊어짐으로 인한 것이고, 보조로프라 불리는 구명줄만 설치돼도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천 노동자가 죽은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이 법령은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5인 미만 업체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죽음의 외주’는 사실상 ‘합법’적으로 계속되는 셈이다.

반면 가진 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예외적 자유’를 누린다. 근거가 불확실한 산재를 이유로 50억 원의 ‘돈폭탄’을 맞은 국회의원의 아들이 그 한 예다. ‘아빠 찬스’ 등 부와 권력에 기댄 반칙이 다수 청년의 노동의욕을 무너뜨린다. “능력 있는 부모를 둔 것도 능력이니, 부모덕 없는 너의 무능력을 탓하라”고 했던가. ‘구명줄 없는 사회’의 슬픔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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