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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성큼 다가온 ‘여초(女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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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장기 입원해있는 요양병원 간병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오간다. 숟가락을 들고 뭐라도 하나 더 먹이려고 애쓰는 사람은 딸, 침대 머리맡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은 아들, 병실 입구에서 어정거리는 사람은 사위, 복도에서 통화 중인 사람은 며느리라는 것이다. 산부인과 산전검사에서 태아 성별이 아들이라는 설명을 듣고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던 한 새댁에게 간호사가 건넨 위로의 말이 걸작이다. “그래도 산모님은 나은 편이에요. 어떤 분은 대성통곡을 하는 걸요.”

탄허 스님(1913~1983)은 유불선 3교를 통달한 대학승이자 앞날을 꿰뚫어본 도인이었다. 1970년대에 이미 김연아나 BTS의 탄생을 예지한 듯 “한국 젊은이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때 국운이 상승하고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했고, “인류를 구원할 정신문화가 한국에서 일어나 꽃피운다”고도 했다. 당시 탄허의 예언 중엔 일부 실현된 것도 있다. “여성 장관, 여성 대통령이 나오고 비구가 아니라 비구니의 시대가 온다.”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같은 서양의 미래학자들도 한결같이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고 내다봤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바닥이었던 40~50년전엔 꿈같은 일이었을지 몰라도 알파걸이 대세인 지금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오는 2030년에는 한국의 여성 인구가 남성을 추월한다고 전망했다. 여성 100명당 남성 인구를 나타내는 성비가 99.8명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쟁이나 식민통치 같은 특수상황이 아닌 이상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은 남초 사회였다. 그러나 성비는 1970년 102.4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9년 뒤엔 드디어 100명 이하가 된다. 남남북녀라고 북한은 여초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됐지만 남한마저 그 흐름에 올라탔다. 대도시 중엔 서울과 부산이 여초가 제일 심하다. 그러나 이유가 다르다. 서울은 젊은 여성이 일자리를 찾아 몰린 때문이고 부산은 할머니가 많아서다.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산업 구조적으로는 힘이 센 남성 중심의 제조업보다 여성의 진출이 용이한 서비스업이나 IT 분야가 더 발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직장이나 병영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 벌써 여초가 달성된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 숙직 요구가 나오고, 2030세대에선 여성의 군복무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무엇보다 남성 부족으로 인한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가 문제다. 저출산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와 직결된다. 일손도 아기도 결국은 문제 해결의 키를 쥔 건 여성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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