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종청사 주변에서는 지금 건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현 청사의 업무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른지라 행정안전부 등 그동안 다른 곳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부처를 수용하기 위해서다. 현장을 지나가노라면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외모가 다른 이들도 자주 본다. 숫자가 꽤 많다. 얼추 짐작하건대 열 사람 가운데 서너 명은 되는 듯하다. 고되기로 소문난 건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그 날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외국인 일꾼의 비중이 커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3D 업종’이라 불리는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젊은이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에서 이방인을 쉽게 만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어업 등 수산업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만3000여 명이 일하는 우리나라의 20ｔ급 이상 어선에는 외국인 선원 숫자가 40%나 된다. 음식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웬만한 식당치고 외국인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일부에서는 인구 감소로 갈수록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3D 업종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외국인 근로자 활용은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 주장한다. 반면 숙련도 미달과 의사 소통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불법 체류 가능성 상존 등을 근거로 한 부정적인 견해도 제기된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 제도가 임시 방편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허투루 넘겨 들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찬반논란과 별개로 이 사안은 이제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되어 버린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모든 게 잘 돌아가면 좋으련만 최근에는 그 체계마저 삐걱거리고 있으니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부터 몰아 닥친 코로나19가 원인이다. 정부의 강력한 방역정책은 필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제한으로 이어졌다. 이는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 각 업계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국민의힘 엄태영(충북 제천·단양)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22만3058명에서 지난 6월 현재 16만583명으로 줄었다. 분야별로는 제조업이 18만1395명에서 13만843명으로, 건설업이 8131명에서 5673명으로, 농축산업이 2만4509명에서 1만8129명으로, 서비스업이 358에서 229명으로, 어업이 8665명에서 5709명으로 감소했다. 부산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2019년에는 지역에서 6641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을 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4560명으로 줄었다.
이에 제조·건설·농수축업계 등에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가 백신접종 완료 및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 자가격리 기간 연장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해당 국가의 방역 수준과 별개로 입국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줄 것 등을 건의했다. 수협에 따르면 E-9로 배정된 어업분야 정원 3000명 가운데 올 7월까지 102명 만이 입국했다.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 투입 목표치(5300명) 충족 비율은 상반기 중 7.8%에 그쳤다.
그동안 정부도 이 문제와 관련해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취업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합법적으로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한시적 계절 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비교적 방역상황이 좋은 국가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확대, 부산 등 비수도권의 일손 부족 해소를 목적으로 한 ‘지역특화형 장기체류 비자’ 도입 등의 방안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좀처럼 제어되지 못하면서 이 같은 대책도 일선 현장이 겪는 일손 부족 고통을 해소해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국인 근로자를 앞뒤 가리지 않고 무한정으로 늘리기란 불가능하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방역 비상상황이라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하지만 “더는 못 버티겠다”는 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각계의 총의를 모아 관련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실행 가능한 방안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급한 불은 일단 꺼놓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세종팀장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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