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대 총선 부산 울산 경남 선거 결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보수정권 몰락의 서막이었다. 당시 야권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부산 성적표는 18석 중 5석. 민주당 진영의 역대 최대 성과였고, 부울경 40석 중 8석을 차지했다. 진보당 계열까지 포함하면 야권은 부울경에서 11석을 확보했다. 이때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17석, 민주당은 123석을 얻었다. 30년 ‘보수 텃밭’이던 부울경의 지각 변동이 정치 지형의 급변을 가져온 셈이다. 이런 총선 결과는 국정 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도화선이 됐고, 박근혜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다.
5년 전 지역 총선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와도 무관치 않아서다. 당시 새누리당이 부산에서 무너진 표면적 이유는 소위 ‘옥쇄 파동’으로 알려진 ‘막장 공천’. 이면에는 부동산 문제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부산 민주당 후보들은 새누리당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대부분이 ‘서울 아파트’를 가진 ‘무늬만 부산 사람’이라는 공세였다. 서울과 부산의 아파트 가격 차이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시기. 부산 민심은 동요했고, 민주당의 표로 연결됐다.
지난 4월 부산·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도 부동산이었다. 이번에는 민심의 타깃이 민주당을 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벼락거지’ ‘똘똘한 한 채’ ‘영끌’ 등 각종 신조어가 생겨났다. 절망과 좌절의 다른 말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에 끓어오르던 민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사건으로 폭발했다. 정보를 가진 집단이 불법·편법을 동원해 부를 축적한 사실이 드러났고, 수수방관한 여권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쓰나미’는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국민권익위가 잠복한 여야 국회의원들의 치부를 끄집어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나란히 12명의 의원과 그 가족이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로 부를 쌓았다는 의혹이다.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가 본인 동의권에 기초한 기본적 조사로 밝힌 결과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배지’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부동산 정의’를 외쳤던 이들의 민낯에 국민은 허탈하다.
올해 6월에서 7월까지 한 달 만에 서울의 부동산 매매가격은 19.5%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20.8%, 부산을 비롯한 5대 광역시의 평균 아파트값 역시 12.5%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다. 가격으로 바꿔보면 서울은 2억 원, 경기도는 1억 원, 5대 광역시는 5000만 원가량 올랐다는 얘기다. 어지간한 직장인의 1년 혹은 2, 3년어치의 연봉과 맞먹는다.
펄펄 끓는 부동산 가격에 국민은 좌절한다. 부동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1가구 소유자와 다주택자, 임대인과 임차인 등 누구도 부동산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이 ‘부동산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은 투기에 몰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권익위는 국회의원들이 명의를 빌리고 편법으로 증여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토지 보상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불법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것 같다고도 했다. 가능한 불법·편법적인 수단을 모두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미다.
여야의 조치는 국민의 부아를 더 돋운다. 민주당은 12명을 탈당시키겠다고 했지만, 2명만이 당을 나갔을 뿐이다. 나머지 10명은 당의 묵인 속에 버티기로 일관한다. 국민의힘 역시 절반에만 징계 방침을 밝혔다. 나머지 절반에는 ‘셀프 면죄부’를 줬다. 경찰 수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단하기 어려운데도 말이다. 징계키로 한 절반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내년 대선도 제2, 제3의 부동산 태풍이 강타할 것이 확실하다. 어느 진영으로 향할지는 알 수 없다. 특정 세력의 몰락을 가져올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대선에 앞서 부동산 태풍은 부산에 먼저 상륙할 가능성도 높다. 부산 여야정 부동산 특위는 오는 11월 지역 전·현 선출직의 부동산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부동산 정의’를 세우지 못하는 정치 세력에 미래는 없다. 여야 정치권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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