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최근 전국 초중등학교 교과 학습 결손 학생을 대상으로 소규모 수업 반을 개설해 교사가 방과 후에, 또는 방학 중에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교육 회복 종합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현장 교육 실태를 외면해 학력 격차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회복 종합 방안’이 성공하려면 수업 자료 제작과 행정 업무 과중에 빼앗기는 일선 교사들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9일 교육부의 ‘2학기 학사 운영 계획 발표’는 여전히 현장 실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계획을 보면 ‘일선 학교가 요청하는 교육부 사업을 축소하고 불필요한 공문과 출장 행사 등을 줄인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튜터링 강사를 채용하고 관리하느라 수업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울상이다. 교육부의 발표가 이렇게 수업 현장과 거리가 먼 것은 학교 수업 현장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 교사들이 원격 수업을 위한 자료 제작 및 재구성에 대부분 시간을 빼앗기는 현실을 간과했다. 필자는 지역 초등학교 23곳 12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이 결과 76%의 교사들은 원격 수업에는 대면 수업 자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어 수업 자료를 재구성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서 학습 부진아 지도에 시간을 낼 수가 없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응답자의 75%가 교육청 자료는 수업 자료로 사용하기에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원격 수업을 위해 국정 교과서 전 과목이 디지털 교과서로 제작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위해 교사가 편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플랫폼·사업체별로 온라인 자료는 많으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위해 재구성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수업에 적절한 영상 자료가 없어 원격 수업을 할 때 교사가 직접 찾아서 수업시간마다 준비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영상 자료를 찾았더라도 저작권 문제에 부딪히게 되므로 대부분 교사는 수업 준비에 상당한 불편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원격 수업을 위한 교육 콘텐츠 자료가 없다 보니 교사들이 직접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을 빼앗긴다. 교육부의 정책은 이런 실태를 외면하니 교육 방안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교육청의 치적 쌓기용 정책 남발로 일선 교사들은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해 모자라는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65%의 교사가 교육청 권장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교사들끼리 공유하는 ‘교육용 교사 자료 사이트’나 ‘교사 커뮤니티 자료’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교육청 수업 자료는 원격 수업을 위한 비대면 수업 자료가 부족하고 교과목·학년·차시별로 바로 사용 가능한 수업 자료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교사가 수업마다 학생 수준에 맞게 수업 자료를 재구성 편집하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있으므로 학습 부진아를 지도할 시간이 없다고 78%의 현장 교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습 부진아를 지도해야 한다는 ‘교육 회복 방안’의 목적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현장 실태를 외면한 교육 정책은 실패한다는 것은 이미 ‘대입제도 개편 실패’가 증명해 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행정 업무 과중과 원격 수업 준비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일선 교사들이 코로나 방역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때에 2학기 전면 등교 발표가 능사가 아니다.

‘교육 회복 종합방안’이 성공하려면 교육 제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 교육부에 수업 자료와 동영상 자료들을 개발하는 부서를 신설하길 제안한다. 또 대면 튜터 제도를 확대하자. 튜터강사가 학습 부진아를 지도하고 학생 상담 활동 등에 참여하면 담임교사의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 인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