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우리나라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한 지난달 2일은 실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6·25전쟁 후 “재건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던 나라가 60여 년 만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힘은 해외 원조였다. 해방 후부터 1999년까지 우리가 받은 원조는 128억 달러이며, 산업화가 시작된 1970년대에는 800억 원에 달한다. 우리는 수혜국가에서 시혜국가로 탈바꿈한지 오래다. 그 원조가 오고간 장소가 바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는 부산항이다. 부산항에 ‘원조역사전시관’을 조성해 개발도상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을 돕는 ‘공적개발원조(OD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를 통해 이뤄진다. 1995년 세계은행이 지정하는 원조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된 우리나라는 2010년 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한 건 우리가 유일하다. 이후 볼리비아 상수도·의료 시설 건설, 우즈베키스탄 직업훈련원 설치 등 활발한 해외 원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0.14%)은 28개 DAC 회원국 중 23위이지만, 원조금액(19억 달러)은 14위로 중위권이다.

중요한 건 우리나라 ODA 역사가 시작된 곳이 부산항이라는 사실이다. 2011년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도 부산에서 열렸다. 당시 원조정책의 패러다임을 원조 효과성에서 개발 효과성으로 전환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등 다양한 공여 주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하는 ‘부산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산을 빼고 원조 역사를 말할 수 없다”고 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장소인 북항에 원조역사전시관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형준 시장도 시민 보고회에서 ‘부산형 ODA 사업’을 박람회 유치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박람회 주제로 정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선도하려면 부산형 ODA 사업 같은 국제사회 공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박람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169개 회원국 중 3분의 2가 개발도상국이다. 그들을 상대로 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도 우리 ODA 역사와 부산형 ODA 사업을 홍보하는 원조역사전시관이 꼭 있어야 한다. 박람회 유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지원부가 원조역사전시관 조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ODA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고 한다. 박람회 유치의 물적 조건이 착착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치밀한 실행계획을 세워 차질없이 추진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