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하반기에 무엇보다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등 수요관리 및 투기 근절에 모든 정책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홍 부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참석해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이라기 보다는 집값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조정될 수도 있으니 집을 사지 말아 달라는 당부에 그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6회에 걸친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을 잡기는커녕 상승세를 진정시키기에도 역부족이었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는 ‘주택공급 확대+실수요자 보호+투기 근절’이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유지를 확인했다. 이에 더해 “지금은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는 향후 시장 상황, 유동성 상황, 객관적 지표,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해 주셔야 할 때”라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란 대목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이 마치 시장과 국민이 협조하지 않아서 생긴 것처럼 비치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자초할 여지를 남겼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현재 집값이 고평가됐다는 홍 부총리의 지적이다. 그는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하며 한국개발연구원이 부동산 전문가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됐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집값이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는 이야긴데 이를 막는 것은 바로 정부의 몫이다. 고평가된 집값을 연착륙시키지 못한다면 집에 올인한 국민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홍 부총리가 주택 공급을 이번 정책의 첫머리에 세워 다행이다. 기존 주택공급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추가적인 택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내부정보 불법 활용, 가장 매매 등 시세 조작, 허위계약 등 불법중개, 불법전매 부정청약을 ‘4대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로 꼽고 연중 단속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부동산시장으로의 유동성 과잉공급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이내로 묶는 한편 하반기에는 실수요자 이외 부동산 대출 억제가 더해진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집값 급등이나 전세 불안에 사과하며 이를 해결하겠다고 정책을 내놓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시장과의 괴리가 그만큼 큰 탓이라 하겠다. 이번에는 그런 괴리를 좁히며 성과로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