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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환경·위생·청결 낙제점…공동어시장 현주소 /임은정

  • 임은정 해양수산부장
  •  |   입력 : 2021-07-28 19:31:0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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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말이 나온 지 8년이 지났습니다. 그 어렵다는 국비(1729억 원)를 따 놓고도 ‘네(부산시)가 하냐, 내(공동어시장에 출자한 5개 수협·조합공동법인)가 하냐’ 싸움만으로 세월을 다 보냈으니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최근 만난 지역의 한 수산업계 관계자의 한탄이다. “누가 할 것이냐가 정해져도 그 뒤가 걱정입니다. 현대화사업은 건물을 현대식으로 짓는 게 아니에요. 시스템의 현대화가 돼야 됩니다. 언제까지 생선을 바닥에 부려놓고 손으로 주물럭대며 몇 시간씩 선별 작업을 할 겁니까?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을 이렇게 유통시켜서야 경쟁이 되겠어요? 노르웨이 냉동 고등어보다 못한 게 생물 고등어라면 말 다 한 것 아닌가요?” 지역에서 40년 이상 수산업을 해 온 당사자가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에 울분이 가득차 있었다.

또 다른 수산업계 인사는 “부산의 50년 전 사진을 놓고 비교해 보세요. 다른 데는 모두 경천동지할 정도로 바뀌었는데 딱 한 군데, 공동어시장만 똑같아요. 땅바닥에서 손으로 생선을 고르고, 아무 데나 가래침을 뱉고, 장화발로 어획물을 차고 다니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소비자들이 이 광경을 보면 기함할 겁니다.”

공동어시장의 현재 상황을 잘 보여주는 설문조사도 있다. 지난 4월 부산시가 공동어시장 인근 4개구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어시장 이용현황 및 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했다. 전반적인 서비스 만족 비율이 39.5%, 수산물 매장 환경에 대한 만족은 25.4%로 저조했다. 개선될 점으로는 주차문제, 환경개선, 위생·청결, 직원 친절성, 시설 현대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닥에 수산물을 깔아놓고 비위생적으로 거래하고 ▷바닷가와 건물 사이 길은 항상 물로 질퍽하며 ▷어수선한 환경과 위생적인 면에서 호감이 떨어진다는 등의 답변이었다. 먹거리를 다루는 장소에 관한 설문조사라는 게 무색할 만큼 ‘환경·위생·청결’은 낙제점이다.

이것이 1963년 개장, 1973년 현재 위치(부산 서구)로 이전해 국내 최대 수산물 산지 위판장으로 운영돼 온 공동어시장의 현주소다. 국내 연근해 어업생산량의 30%, 위판 고등어물량 80% 차지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뺀다면, 노후화된 시설의 비위생적인 수산물 산지일 뿐이다. 신선도가 생명이지만 불결한 바닥에서 경매되고, 어획물의 양륙에서부터 경매까지 16시간이 소요되며, 상온에 노출돼 있는 시간만도 9시간 가까이 된다. 낙후된 산지유통시설은 물론 신선한 원물의 상품화가 제대로 안 되면서 생물 고등어의 경쟁력이 수입고등어보다 못하다는 지적이다. 최첨단 IT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유독 수산물 유통구조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설현대화를 통한 위판구조 개선의 첨병이 돼야 할 현대화사업은 8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7월 시 주체(공영화를 전제로 함)의 현대화사업 추진계획이 수립돼 이듬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 2.37) 국책사업으로 선정됐지만 기획재정부의 ‘공동어시장 청산비 지원 불가’로 어시장으로 사업 주체가 바뀌었다. 2014년 총사업비 1729억 원를 확보해 순풍에 돛을 달 줄 알았지만, 사업비를 크게 초과한 설계안 때문에 설계 용역이 중단(2018년) 됐고, 다시 민선 7기에 들어서 공영화를 전제로 시 주도의 현대화사업으로 선회했다. 이 또한 지난 1년간 청산금 지급 방식 등에 관한 이견으로 갑론을박만 벌이다 결국 지난 4월 23일 자로 공영화 파기로 결론이 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파행으로 치닫던 현대화사업에 다시 물꼬가 트였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시가 조합공동법인 중 2군데의 지분(40%)을 인수해 조합공동법인과 함께 현대화사업을 추진키로 합의(국제신문 지난 27일 자 14면 보도)했기 때문이다. 시가 지분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 등 과제가 많지만, 어렵게 합의에 도달한 만큼 하루빨리 현대화사업의 첫 삽을 떠야 할 것이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을 계속 먹기에는 소비자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났다.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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